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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쓸쓸하고 역수물은 차구나(風蕭蕭兮易水寒) 장사가 한번 감에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 (壯士一去兮 不復還) 호랑이 굴을 찾아 교룡의 집으로 들어간다(探虎穴兮入蛟宮) 하늘을 우러러 기합을 외치니 하얀 무지개를 이루는구나(仰天噓氣兮 成白虹)

이 시는 형가(荊軻)라는 자객이 진(秦)나라 시황제로 불리는 정(政)을 암살하기 위해 역수(易水)를 거너기 전 불렀던 노래라고 한다. '사기'의 '자객열전'에 등장하는 형가는 위(衛)나라 출생이다. 연(燕)나라의 태자 단(丹)의 식객이 되어 그의 부탁을 받아 진나라 왕을 암살하기 위해 진나라에서 온 장수 번오기의 목과 연나라 지도를 가지고 진나라에 들어갔지만 진나라의 왕을 죽이는데 실패하고 죽게 된다.

그가 연나라에 있을 때 죽이 맞아 깊이 사귄 고점리란 인물이 있었는데 고점리는 축(筑)이란 악기를 잘 다루었다. 서로 술을 마시면 고점리가 악기를 연주하고 형가는 노래를 부르며 노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 방약무인(傍若無人)이다. 본래는 마치 주위에 아무도 없는 듯 신경 쓰지 않고 서로의 감흥에 취해 연주하고 노래했다는 뜻이다. 나름대로 인연과 품은 뜻이 있고 게다가 이런 기질이 있었기에 자객이 되어 암살을 시도했을 것이다.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일상에서는 방약무인하면 큰 실례로 나쁜 의미인데 요즈음 연일 뉴스에 나오는 각종 테러를 보면 정말 방약무인이다.

/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