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조성진과 서울시립교향악단(지휘·얀 파스칼 토틀리에)의 협연 무대는 젊은 피아니스트의 입지를 고스란히 보여준 자리로 평가받았다.
당일 연주회를 현장에서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면서 읽은 다수의 리뷰 글들은 지난 2월 공연 때보다 발전한 모습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피아노 음색 처리에 대한 호평이 대부분이다. 이를 통해 작품의 드라마틱함과 서정성을 동시에 구현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연주는 청자의 몰입을 극대화 시킨다. 조성진의 연주를 머릿속에서 떠 올려 보면서 자연스레 거장 피아니스트들을 반추해 본다.
연주사(史)에서 '피아노로 노래'할 수 있었던 이는 많지 않았다. 다양한 요소들이 연주의 질에 영향을 미치지만 피아노의 대가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소리로 편안하고 쉽게 원작을 들려준다. 이러한 부분을 확실하게 충족시켜주는 피아니스트로 우크라이나 태생의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4~1989)를 꼽을 수 있다.
미국의 음악비평가 찰스 로젠은 어떤 연주자도 호로비츠만큼 아름다운 음색을 낼 수 없다고 단언한다. 로젠에 따르면 연주자가 한 음을 낼 때 연주자의 의도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소리의 강하기와 지속성이다. 호로비츠는 타건(打鍵)을 조절해 건반을 누르는 힘보다 피아노 해머가 현을 때리는 힘이 강해지지 않도록 조절한다. 선율의 음조와 하모니를 다루는 음악적인 부분과 함께 피아니스트들의 타건에 의해서 행해지는 해머와 페달의 움직임, 부딪히는 피아노 현(String)들 사이에 복잡한 상호작용이 있다는 것으로, 호로비츠는 음악적인 부분과 악기의 기계적인 부분 모두를 이해한 연주자라는 뜻이다.
쿠바 출신의 호르헤 볼레(1914~1990)의 연주에서도 '피아노로 노래'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리스트가 피아노 작품으로 편곡한 슈베르트의 가곡들을 연주하는 볼레는 톤과 페달링, 소리를 내는 방식에서 여타 연주자들에게선 들어볼 수 없는 노래를 선보인다.
페달을 잘 활용하고 포르티시모에서 풍부하고 아름다운 톤을 유지할 수 있는 연주자는 강한 소리와 함께 그만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다. 조성진이 자신만의 노래를 들려주는 대가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