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0억~300억원 지원 '교육자본주의 시대' 도래
비실용 학문 멀리하면 결국 사회에 '부메랑으로'

자본주의사회에서 군수품은 여타 상품들과는 달리 정부가 유일한 소비자로써 수요독점이 특징이다. 또한 군수산업은 첨단기술과 보안, 규모의 경제 등이 전제된 터에 시장의 안정성은 더욱 중요해 정부와 방산기업 간의 쌍방독점이 일반적이어서 초과이윤 혹은 방산비리 등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세계 방산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한 미국의 군수독점자본들은 군부 및 정치권과 결탁해서 지속적으로 파이를 키웠다. 덕분에 미국은 세계최고의 군사대국으로, 군수산업은 미국경제를 견인하는 기관차로 각각 자리매김했다. 그 와중에서 자원낭비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역기능도 확인되었다. 이윤동기가 인류의 발전과 안정을 좌우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대학에도 질적 변용을 강요하고 있다. 경제적 권력이 사물의 소유에서 지식의 소유로 이동함에 따라 기업들이 직접 대학의 연구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변형 농산물(GMO)의 리더기업인 스위스의 노바티스는 1998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식물학 및 미생물학과에 연구보조비로 무려 2천500만 달러를 제공했다. 노바티스는 대가로 이 학과에서 개발하는 성과의 3분의 1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또한 버클리대학은 노바티스에게 연구개발 예산을 감독하는 위원회의 5명의 위원 중 두 자리를 제공했다.
기업들의 대학지원 성과도 탁월했다. 1998년 한 해 동안 미국의 대학에서 기업으로의 기술이 이전된 결과 346개의 신생기업들이 탄생했으며 240억 달러의 부가가치가 창출되었고 28만 명이 새로 고용되었던 것이다. 기업들의 미국 대학지원은 이후 10년도 채 안 돼 8억5천만 달러에서 42억5천만 달러로 격증했다. 덕분에 미국의 학부모들은 대학등록금 부담을 덜었으나 반면에 인문학과 예술분야는 입지가 좁아졌을 뿐 아니라 커리큘럼 또한 기업들의 입맛에 부합하는 실용학문 위주로 재편성되었다.
벤처캐피털은 상업적 가치나 단기적으로 효과가 없어 보이는 연구는 외면했다. 또한 연구예산은 점차 증가추세이나 강의예산은 축소되고 있다. 실용적인 강의를 하도록 전공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다. 대학에 시장모델이 등장해 돈을 벌고, 돈을 연구하고, 돈을 모으는 과목들이 점차 중요시되고 있다. 기업의 막강한 파워가 대학의 리스트럭처링을 강제한 것이다. 산학(産學)복합체가 등장한 배경이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대학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학에 돈벌이를 강요한 결과 학교기업들이 생겨나고 연구수주를 잘 하는 교수들에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지난해 12월엔 교육부가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사업'(프라임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인문·사회 및 예체능 계열의 정원을 줄이고 이공계 정원은 늘리는 쪽으로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연 2천억 원의 당근으로 대학들을 유혹하고 있다. 선정된 대학들은 매년 50억~300억 원씩 3년간 지원을 받게 된다. 단일사업 지원규모로는 '단군 이래 최대'의 대박사업인 것이다. 국내에도 교육자본주의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산학복합체 모델은 기업의 니즈에 부합해 단기적으론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을 비실용 학문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은 결국 사회에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 문사철(文史哲)과 예술은 사회로 하여금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생명공학 권위자인 이그나치오 차펠라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교수의 "대학의 역할은 공공선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란 주장이 처연하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