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호 인근축사서 방류"
진촌리 주민들, 민원 제기
수질오염에 해충까지 극성
사곶해변 유입 피해 우려도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최북단 섬 인천 옹진군 백령도가 돼지 분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민들은 백령도에 있는 돼지 축사 3곳에서 분뇨를 인근의 저수지로 무단 방류했다며 옹진군에 민원을 제기한 상황이다.
20일 인천 옹진군과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백령도 진촌리에 있는 백령호가 시커멓게 변하기 시작했다. 호수에는 녹조 물질로 보이는 초록색 풀이 떠다녔고, 인근을 지날 때마다 코를 찌르는 악취로 현기증마저 생길 정도라고 주민들은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호수가 오염되면서 모기나 하루살이 같은 해충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곳에서 오염된 물은 수로를 따라서 인근에 있는 사곶해변 앞바다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2차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하천 오염과 악취의 원인으로 백령호 인근에 위치한 대형 돼지 축사 3곳을 지목하고 있다.
양돈 농가에서 발생하는 가축 분뇨는 일정기간 숙성을 시킨 뒤, 톱밥을 섞어 유기질 비료로 만들어야 한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돼지 500여 마리를 키우는 이곳 농장에서는 이러한 처리과정을 거치지 않고, 호수에 무단으로 가축 분뇨를 배출하고 있다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호수에 녹조로 보이는 부유물이 대량으로 떠다니고 있는 현상도 주민들의 의견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녹조가 번식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온도와 질소나 인산과 같은 영양물질이 필요한데 축산 분뇨에는 이러한 것이 많이 포함돼 있다.
호수로 축산 분뇨가 흘러들어 가면서 녹조가 발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백령도의 한 주민은 "이곳을 지날 때면 차 안에서도 악취가 느껴질 정도"라며 "계속해서 축산분뇨가 무단으로 방출된 탓에 백령호 바닥은 돼지 분뇨가 가득한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옹진군 관계자는 "현장을 확인한 뒤, 축사에서 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