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명량' 이후 전쟁 블록버스터를 애타게 기다리는 영화팬들과는 달리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중 하나는 맥아더 장군을 지나치게 전쟁영웅으로 미화하는 21세기형 반공영화 아니냐는 것과 영화로 인해 자칫 인천에 전쟁도시의 이미지가 덧씌워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첫 번째 지적은 영화제작자의 몫이고 아직 개봉 전이니 뭐라 할 말이 없다. 단 두 번째 걱정, 영화로 인해 인천이 전쟁도시로 이미지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걱정에 대해서는 '그건 그저 기우(杞憂)일 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관광용어 중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란 게 있다. 전쟁이나 테러와 같은 비극적 역사의 현장, 대규모 재해와 재난이 발생했던 지역이나 도시를 찾아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는 관광을 의미한다. 우리말로는 역사교훈여행이라고도 한다. 수백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되었던 아우슈비츠, 9·11테러로 무너져 내린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부지(Ground Zero) 등은 대표적인 역사교훈관광지다(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우리나라에도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이나 거제도 포로수용소와 같은 곳이 있다. 파주의 임진각이나 남침용 땅굴 현장 등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싶은 관광지 중 늘 상위권에 랭크되곤 한다. 그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의 불행했던 역사와 분단의 현실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다. 아름답고 화려하고 즐거운 것만 관광자원은 아니라는 사실도 새삼 일깨워준다.
영화 인천상륙작전도 그런 관점에서 보는 게 옳다. 오히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세계 각지에서 개봉된다면 인천을 찾는 관광객들이 더 크게 늘어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인천이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교훈관광의 중심지로 발돋움 할 수도 있다. 영화를 본 사람 중 인천을 무시무시한 전쟁도시로 기억하는 관객은 손에 꼽을 정도에 그칠 것이다. 그래서 감히 기우라고 말하는 것이다.
뉴욕에서 나고 자란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Martin Scdrsese)는 그가 만든 거의 모든 영화를 뉴욕(New York)을 배경으로 했다. 그는 고향 뉴욕을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그의 영화에 비쳐진 뉴욕은 때로 암울하고 폭력적이며 비정한 도시로 그려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뉴욕을 범죄와 환락과 폭력의 도시로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멋진 도시로 기억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 시리즈를 본 사람들이 부산을 조직폭력배의 도시로 생각하게 됐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를 보고 부산 앞바다에 쓰나미가 덮칠까봐 관광객이 줄어들었다는 뉴스도 없었다.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였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영화 촬영지는 명소가 됐고, 관광객은 급증했다. 그게 영화의 힘이다.
영화는 도시 마케팅의 매우 유용한 도구 중 하나다. 특정 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그 자체로 거대한 PPL(Product Place)광고가 된다. 영화를 통해 도시 곳곳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효과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설령 영화 속에서 도시의 부정적 이미지가 드러난다 해도 현명한 관객들은 현실과 영화를 구분한다. 게다가 인천상륙작전처럼 아프지만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사건을 담고 있는 영화라면 도시의 '홍보'와 '교육적 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격이 아닌가. 바로 그것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거는 기대다.
/이상구 인천시관광특별보좌관·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