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BIFAN)의 화제작은 단연, 덴마크의 라스폰 트리에 감독의 '킹덤'이었다.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이 장편의 영화는 영화제에서 1부만 소개됐다. 러닝타임 4시간40분. 이 한편의 공포영화는 이제 첫발을 내디딘 BIFAN이 다른 영화제와는 분명히 다른, 특별하게 뭔가가 있는 영화제로 각인시키는 일등공신이었다. 입소문을 탄 '킹덤'은 일반 극장으로 진출했고, 14일간 전회매진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15만명이 관람했다. 또한 밤 12시에 상영하는 '심야상영'이라는 새로운 관람문화를 만들어 냈다. BIFAN은 그렇게 '킹덤'으로부터 시작됐다. 1997년의 일이다.
최소 앞으로 열흘간 7월의 폭염은 부천 주변을 얼씬도 하지 못할 것이다. 올해로 20회를 맞아 아시아 대표영화제를 꿈꾸는 BIFAN이 열흘간의 일정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허무맹랑한 꿈이 아니다. 그동안의 내공에 힘입어 이제 누구도 의심치 않는 강력한 영화제로 변모했으니 말이다.
BIFAN은 장르영화제답게 일부 마니아들에 국한된 열렬한 지지를 받아왔다. 표현의 억압과 금기에 도전하는 작품들을 선정해 여과없이 소개하면서, 다양성과 독자적인 영화제의 위치를 굳건히 할 수 있었다. 지독하다 할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되는 성과 폭력, 사회를 조롱하며 '그들만의 테두리'안에서 '그들의 향연'을 즐겼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일반인들의 진입을 막는 벽이었고, 주최측의 고민이었다. 독창성과 새로움의 추구가 일반 관객들로 하여금 접근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장르영화제'의 한계 때문이었다.
성년을 맞은 이번 BIFAN은 '코리안 판타스틱' 경쟁 부문을 신설하고, 가족을 위한 '패밀리 존'을 부활시키는 등 마니아부터 일반 관객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드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하지만 '장르영화, B급영화, 마니아영화로 분류되는 영화를 꾸준히 관객에게 소개하여 예술영화 중심의 영화제가 아니라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제를 지향'하겠다는 당초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롭게 변신을 꿈꾸는 BIFAN의 행보가 성공할지는 더 지켜 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경기도내 이런 훌륭한 영화제가 있다는 것은 도민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이제 더 이상 부산영화제를 부러워 할 필요가 없다.
/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