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르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
그것은 '직업서열을 조장하는
그 어떠한 행위와 편견에도
강력하게 반대한다' 는 1% 신분제
타파 첫 걸음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에서 1%는 무엇인가. 재벌이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그렇다 치고. 개천에서 난 용이라던 일부 법조인들도 부패의 대열에서 뒤지지 않는다. 사법 권력도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의 상징이 된 지금. 이 장면을 보자.
'부끄러운 정도를 넘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7급 공무원 시험에 불합격했다면 변호사 시험에는 어떻게 합격한 것인가. 로스쿨의 존재 이유 자체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지난 14일 사법시험 출신인 대한법조인협회가 발표한 성명서의 일부다.
이에 대해 로스쿨 출신인 한국법조인협회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 대한 의도적인 폄하시도에 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전국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도 '변호사가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그 변호사가 로스쿨 출신인지 아닌지가 도대체 어떠한 이유로 문제되어야하는가'라면서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나 7급에 이어 9급 공무원에 응시한 변호사가 사법연수원 출신임이 밝혀지면서 정정보도와 성명서를 수정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는 사법연수원 수료 후 이미 5년간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변호사 시장이 더 악화될 것 같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경험삼아 봤다고 했다. 시험과목도 다르고, 준비기간도 짧았는데 일방적으로 매도해 화가 난다고 했다.
그런데도 시각은 나뉜다. '어떻게 변호사가 9급에 응시하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변호사가 철옹성이냐. 직업에는 귀천 없다'. 이러한 상호비방에는 우리사회에 뿌리내린 신분차별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때 뺑뺑이로 들어온 후배들을 무시하며, 동창회에서 눈길도 주지 않던 세칭 일류고등학교와 비슷하다.
돌이켜 보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위해 최루탄 자욱한 길거리로 나선 대학생들이 있었다. 1%의 길을 스스로 포기한 채. 그들이 투쟁할 때 책상머리에 앉아 고시를 준비했던 사람들. 그들 중 일부가 판검사가 되어 동료와 선후배들을 법의 이름으로 단죄했다. 그리고 일부는 다시 사법 권력을 이용해 막대한 돈벌이에 나섰다.
그래서일까. 안주하려는 그들보다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변호사가 백번 신선하다. 이미 많은 변호사들이 소방, 경찰, 마을변호사, 시민단체에서 근무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에서 전공실력과 변호사 자격으로 무장한 그들이다. 연수원 몇 기에 성적순으로 고착화된 일부 사법 권력과 달리 학문적 융합을 이룬 변호사들도 많다.
처음부터 1%가 되기 위해 각종 위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미국 로스쿨 출신들이 제3세계에서 몇 년째 봉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1994년 용산역 앞의 허름한 건물에서 시민단체 창립을 위해 2년간 봉사한 적이 있다. 그 때 나에게 궁금했던 것이 변호사의 파견근무제였다. 시민단체에서 그것도 적은 월급만을 받고, 무한 봉사를 한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바로 참여연대를 만든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함께 했던 조희연은 서울시 교육감으로, 제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기식과 박원석은 당시 간사였다.
그들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길을 그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국민과 시민들은 더 큰 일을 맡겼다. 현직 변호사의 9급 공무원 도전. 그것은 '직업서열을 조장하는 그 어떠한 행위와 편견에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성명서처럼 1% 신분제 타파를 향한 첫 걸음으로 기억될 것이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