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이 끝난 뒤 김 경사의 유품을 정리하던 유족들이 '전 부서의 직속상관으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받았고 직속상관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김 경사의 유서(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에게 보내는 탄원서)를 발견, 경인일보를 통해 공개했다.
김 검사와 김 경사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살아서 억울함을 풀거나 아예 조직을 떠났으면 마음이나마 편했을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가족들을 뒤로한 채 쓸쓸히 눈을 감는 순간까지 검찰과 경찰, 어느 쪽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유리벽으로 된 방음실 안에서 김 검사와 김 경사는 조직을 향해 살려달라고 울부짖었지만, 조직 내의 그 누구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고 이러한 모습에 너무나도 비참함을 느낀 김 검사와 김 경사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김 검사와 김 경사가 눈을 감은 뒤 그들이 속했던 조직이 보여준 모습은 조직이 먼저라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
김 검사의 상급 부장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고검으로 자리를 옮겼고 김 경사의 직속상관인 A 경감도 '본인의 희망'에 따라 웬만한 인맥이 없이 갈 수 없는 곳으로 알려진 인근 성남의 한 경찰서 정보보안과 계장 자리로 이동했다.
권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나서기보다는 검찰과 경찰 모두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의 원칙, 상명하복(上命下服) 강요문화 등 치부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나서는 듯한 모습이었다. 또한 조직의 윗선까지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도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去者日疎처럼 시간이 지나면 김 검사와 김 경사는 잊혀지겠지만. 다시는 제2, 제3의 김 검사와 김 경사가 나오지 않는 조직의 변화를 먼저 기대해 본다.
/문성호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