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방학엔 결식아동 없이
건강하게 새학기 맞기를 바라
정성 깃든 음식 만들 수 있도록
비정규직 조리원들 처우 개선
급식비 내지 못한 고등학생이
눈칫밥 안 먹도록 정부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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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 한신대 교수
지금부터 30여 년 전 스승의 날, 당시 재계 순위 5위권에 있던 쌍용그룹이 "오늘은 속이 불편하구나"로 시작하는 일명 도시락 광고를 내놔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어려웠던 학창시절을 경험했던 많은 분들은 어린 제자를 위해 본인의 도시락을 양보하셨던 고마우신 선생님을 떠올리며 눈가를 적셨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1980년대 후반 이후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확대됨에 따라 자녀의 도시락 준비가 어려워졌고, 올바르지 못한 식습관으로 인해 청소년 건강문제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따라 1993년 초등학교부터 급식이 크게 확대되어, 1998년에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급식을 실시하게 되었다. 초등학교에 이어 중·고교 역시 급식에 동참해 2003년을 기점으로 초·중·고에서 학교 급식이 전면 실시되었다. 학교 급식의 목적은 성장기 학생들에게 필요한 영양을 균형 있게 공급하여 심신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고, 편식교정 등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는 데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초·중·고교는 1만1천698개교에 달하며, 전체 초·중·고생 615만 명 중 도시락을 싸오는 일부 학생을 제외한 614만 명이 학교에서 주는 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한편, 무상 급식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단위별로 자발적으로 도입해 왔는데, 2007년 경상남도 거창군을 시작으로 점차 확산되어 왔고, 서울시의 경우 2011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 급식 정책을 두고 야당과 갈등을 빚어 시장직을 사퇴하는 등 갈등 끝에 후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전체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게 되었다.

물론 무상 급식에 대한 찬반 논의는 다양하게 진행되어 왔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고, 최근 학교 급식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작년 봄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감 선생님이 급식비 미납 학생들을 불러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밥을 먹지 말라'고 한 사건 때문에 큰 상처를 입은 학생들의 사연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또한 불과 얼마 전 학부모들이 온라인에 사진을 올리며 불거진 대전 모 초등학교 부실 급식 논란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학생 급식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리라 본다.

무상 급식과 유상 급식에 대한 논의에 앞서 미래를 이끌어갈 우리 아이들이 올바로 성장하기 위해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어른들의 기본적인 책무라 생각한다. 아울러 방학 중 급식이 끊어져 끼니를 걱정하는 결식 청소년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얼마 전 수원시가 여름방학 동안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 46명을 추가로 발굴, 급식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다소 위안을 받기도 했는데, 범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집계에 잡혀 있지 않은 불우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집중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한편, 급식의 질적 제고를 위해 전국 초·중·고교 조리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이들이 받는 월 급여가 100 여만 원 수준에 불과하고, 그나마 방학 중에는 임금을 받지 못해 생계가 위협받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렇게 불안한 고용 상태에서 학생들을 위해 조리에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교육당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본다.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건강해야 우리의 미래 사회가 건강할 것이라는 당연한 이치를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우리나라에 결식아동이 단 한 명도 생기지 않고,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새 학기를 맞이하기 바랄 뿐이다. 아울러 비정규직 조리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보다 정성이 깃든 음식을 만들 수 있고, 급식비를 내지 못한 고등학생이 눈칫밥을 먹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을 기대해 본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