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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매일 올라가는 뒷산은 옛날 외침(外侵) 등 나라의 변고 때 봉화(烽火)를 올려 알렸던 봉화산이고 산이 거북처럼 생겼대서 구산(龜山)이라고도 한다지만 아무튼 마음에 드는 산이다. 그런데 올여름 들어 기분이 상하다 못해 소름이 확 돋는다. '선녀벌레'라는 이름의, 마치 아래 점이 떨어져 나간 듯한 감탄사 느낌표(!)―exclamation mark처럼 생긴 길이 1㎝ 미만의 흰 벌레가 온 산을 뒤덮고 그 분비물이 온 숲을 허옇게 칠한 것 같기 때문이다. 산속을 걸어가도 그 벌레들이 머리 위로 허옇게 튀어 떨어지고 분비물을 마구 싸댄다. 어제 경인일보가 문제의 선녀벌레, 산림과 과수농사 등 극심한 폐해(弊害)의 그 벌레를 1면에 보도했지만 이상한 건 두 가지다. 전국적인 선녀벌레 극성에도 왜 기타 언론은 찍 소리가 없고 당국, 지자체들은 방제도 안 한 채 뭣에 홀렸는지 손을 놓고 있느냐는 그 점이다.

등산객의 신선한 기분을 압류, 땅바닥에 패대기치는 그 선녀벌레의 정체가 뭘까. 겨드랑이에 날개 돋친 본태(本態)적 상상의 선녀 이미지를 확 구기는가 하면 선아(仙娥)와 옥녀(玉女), 페어리(fairy)나 님프(nymph) 같은 단어까지 모독하는 선녀벌레는 한국과 일본, 중국 남부에 자생한다는 게 사전 풀이다. 그런데 매미목(目) 선녀벌레과(科)의 그 벌레는 몸빛도 흰색이 아닌 담황색이고 생김새도 동그란 게 다르다. 그렇다면 이 여름 온 산과 들을 뒤덮은 흰 선녀벌레는 북미산 변종인지도 모른다. 외래 벌레야말로 얼마나 더럽고 무서운가. 작년 여름엔 길이 3~5㎝의 까만 몸에 하얀 털의 미국 흰불나방이 낙동강 둔치 벚나무길 6.4㎞를 뒤덮었고 중국 남부지방 원산의 꽃매미 폐해는 2010년부터다. 번식력이 무섭게 강하고 영하 20도에도 멀쩡히 월동한다는 지독한 곤충이 중국 꽃매미다.

외래 곤충 폐해라니! 브라질 지카 바이러스나 전 세계 테러 확산도 그렇고 곤충 폐해까지 모두가 글로벌 빌리지(지구촌)로 지구가 좁아진 탓이다. 곤충의 昆은 '맏 곤, 형 곤'자다. 벌레 중의 으뜸이 곤충이다. 중국엔 쿤밍(昆明)이라는 도시(省都)도 있고 쿤산(昆山)도 있다. 하지만 선녀벌레는 더럽고 징그럽고 소름끼치도록 싫다.

/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