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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숙 LH 인천본부 청년인턴
건축을 전공한 나는 평소 건축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창조한 건축물을 이용하는 인간은 편안하게 행복해야 한다. 토지를 개발해서 주택용 공간창조를 가능하게 하거나 직접 주택을 건축하여 국민을 받아들이는 LH에 인턴을 지원한 계기도 건축과 인간의 관계를 경험하고자 하는 희망에 따른 것이다. 최저소득계층을 위한 영구임대 아파트는 어떤 모습일지, 거주자들은 어떻게 사는지, 많은 궁금증을 안고 지난 14일 오후 남동구 서창동 LH 1단지 영구임대 아파트를 방문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쾌적한 환경과 잘 정돈된 단지의 모습에 영구임대 아파트에 대한 나의 선입견은 도착 즉시 사라져 버렸다. 작년 9월에 개소한 경로당에 들른 후 경로당과 연결된 옆 동으로 이동, 현관에서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입담을 나누고 계신 곳에서 이 씨 할머니(78)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머리도 수술 했는데…"라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신 할머니는 69세가 되던 해에 뇌출혈로 쓰러졌으나 기적적으로 회복했다. 어려운 상황에 놓였던 할머니는 구청의 도움으로 LH 전세임대 주택에 겨우 입주할 수 있었고, 영구 임대아파트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어렵게 보증금을 마련하고 지인의 도움으로 서창2지구 임대아파트 모집에 지원했다. LH로부터 입주자로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는 뛸 듯이 기뻤다고 한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늙은이에게 따뜻하고 쾌적한 신축 아파트를 제공해 준다니. 여기서 할머니는 깨달았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본인의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분명히 살아갈 길이 보인다는 것을. 새로 입주한 아파트에는 손주들이 찾아온다. 본인도 힘을 내어 발걸음을 내딛으며 손주들을 보러 다닌다. 휴대폰에 저장된 손주들 사진을 보여주며 소녀 같은 미소를 지으신다.

모든 사람에게는 삶의 근거로서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다. 어떤 이에게는 단지 먹고 자는 개념의 집이, 소외된 계층에게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하는 안전한 'shelter'가 된다. 이 씨 할머니와의 만남을 통해 국민들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shelter, 즉 주거권을 보장해주는 중심에 LH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LH는 많은 부채(그동안 많이 줄였다고 한다)에도 불구하고 서민의 집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묵묵하게 헌신하고 있었다.

올해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Aravena)는 'half of a good house'라는 개념으로 저소득층에게 안락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주거를 바꿀 수 있는 동기부여를 강조한다. 우리의 기초생활보장법은 개인의 노력을 전제로 주거급여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이 씨 할머니 경우처럼 개인의 노력이 정부지원과 결합되어 더 나은 생활여건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구임대아파트에서의 좋은 경험, 좋은 만남이 건축학도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나에게 '영구한' 과제를 부여한 것이다.

/ 최지숙 LH 인천본부 청년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