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는 한국도자재단 설립을 통해 엄청난 무형의 가치를 창출해왔다. 한국에 단 한 곳뿐인 도자 관련 특수법인인 도자재단은 한국도자 중심인 이천, 여주, 광주시를 기반으로 경기도 1천여개의 도자업체와 함께 한국 도자발전을 견인해왔다. 또한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공모전은 80여개국 도예작가들의 꿈의 등용문이며, 이를 통해 우리 도자를 세계에 알려왔다. 재단의 역할을 통해 우리 도자가 세계 도자평의회 이사국에 선임되면서 우리 도자의 국제무대 발판을 만든 것도 큰 성과다.
도자재단의 미래가치도 무한하다. 도자재단은 전 세계 유명 도예가들의 작품 3천6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1만여점이 모아지면, 100년후 미래가치는 수조 원에 달하고, 세계최대 현대 도자박물관으로 태어나 경기도의 핵심 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한류에 전통공예가 편입되고 있는 희망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50조원의 세계도자시장을 겨냥한 마케팅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 일을 도자재단이 맡아 주도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김문수 전 지사 때부터 재단 예산이 해마다 축소되더니, 이제는 통·폐합 대상으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경기도가 시도했던 많은 국제행사 중에 도자비엔날레 만큼 성공한 사례가 없다. 전 세계에 도자기를 못 만드는 나라가 200개국이 넘는다. (사)한국도예협회는 인도네시아, 미얀마, 남미, 파라과이 등에서 도자 기술 전수요청을 받아왔다. 도자비엔날레를 통해 한국도자가 알려진 덕분이다. 세계에 우리 도자 기술을 수출해 그 나라의 도자공예를 발전시키면 도예인들이 개척할 시장이 넓어진다. 도자산업의 해외 진출 길이 열리고, 젊은 도예인들의 해외취업 문호가 확대된다. 이러한 일 또한 한국도자재단이 추진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문화 전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세계최대 도자 도시인 중국의 징더전은 100만명이 도자기로 먹고살며 세계의 도자기 지망생들을 흡수하고 있다. 중국은 10년간 1조원 이상을 투입해 50조원의 세계시장을 잠식중이다. 해마다 실수요자 100만명이 찾는 일본 아리따는 임진왜란때 끌려간 조선도공 이삼평이 1616년 백자를 처음 만든 이후, 2016년을 '일본자기 탄생400년 기념의 해'로 정하고, 이를 통해 일본 도자의 새로운 부흥기를 만들고자 3년 전부터 대대적으로 준비 중이다.
오리엔탈 문명의 시대를 맞아 한·중·일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대에 도자재단의 통·폐합 논리로 우리 도자의 미래가 어두워지고 있다. 경기도의 인재들 중 도자문화의 발전을 제안하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한국도자재단 구성원들은 십수년간 도자관련 노하우를 축적한 전문인력들이다. 만일 재단조직에 문제가 있다면, 전문인력인 구성원의 문제가 아니라, 비전문가들로 이어진 경영진의 문제이다.
한국도예협회를 대표해 도지사님과 경기도의회 의원님들께 도자재단 통·폐합과 관련해 한국도예협회이사, 각 시·도 지부장들에게 수렴한 의견을 전달한다.
첫째, 한국도예협회는 경기도가 도자관련 단체, 전문가들과의 어떠한 토론이나 의견제시 도 없이 용역회사를 통해 정해진 수순에 따라 졸속 진행 중인 도자재단 통·폐합을 받아들일수 없다. 둘째, 한국의 유일한 도자관련 특수법인을 아무 지자체에나 있는 일반 기관단체와 동일한 잣대로 통·폐합 하는 것은 도자재단의 유·무형의 미래 가치를 파악 못한 반증이자, 통·폐합 실적에 급급한 졸속 행정의 증명이다. 셋째, 한국도자재단은 전국 도예인 네트워크, 세계 80여개국과의 국제네트워크, 세계 도자평의회의 이사국으로의 위상 등으로 이미 경기도만의 재단이 아닌, 한국과 세계의 도자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넷째, 이런 상황에서 도자재단 통·폐합은 문화계 전반의 공분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이는 그동안 정부도 하지 못한 큰일을 이뤄낸 경기도가 그동안 쌓아온 문화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이다. 다섯째, 따라서 도자재단 통·폐합은 최소한 10회 비엔날레를 치른후, 문화계 전문가 중심으로 종합평가를 시행한 뒤, 부득이한 경우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해 미래 도자정책을 완성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회라도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 한국도예계 전반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다.
/윤태운 (사)한국도예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