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탁 단장
이규탁 K-water 팔당권관리단 단장
지난 가을, 2년에 걸쳐 지속된 극심한 가뭄으로 충남서부 8개 시·군에서 약 20%의 물을 제한해 공급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의 발 빠른 대응과 지역주민들의 절수 노력 덕분에 127일 만에 제한급수는 해제됐지만, 이번 사태는 우리 국민들에게 물 부족의 심각성에 대해 일깨워주는 강력한 예방주사가 됐다.

먹는 물 이야기 좀 하자. 지구 상의 물 중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담수 비율은 2.5%이다. 이마저도 빙하, 만년설과 지하수를 제외한 호소와 하천의 비율은 0.0086%에 불과하다. 물은 모든 생물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자원으로서, 양질의 수자원 확보는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그 수요량은 계속해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환경오염은 더욱 심각해져 사용 가능한 수자원의 확보를 위해 세계는 지금도 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세계 인구의 40%가 의존하는 지구 상의 214개 강은 2개 국가 이상이 함께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물이 부족한 지역의 국가들은 호수, 지하수마저도 공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 간의 긴장 상태뿐만 아니라 같은 국가 안에서도 서로 다른 관할 지역 간의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일례로,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물 분쟁 지역은 식수전쟁터라고 불리는 요르단 강 유역이다. 수자원의 확보가 곧 국가의 존폐가 결정되는 이스라엘과 시리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등이 요르단 강을 취수원으로 공유하고 있다. 1967년 시리아가 수자원확보를 위해 요르단 강 상류에 댐을 건설하려고 하자, 이스라엘 지역 내 강으로 물이 들어오지 않을 것을 우려한 이스라엘이 폭격기로 댐을 폭파함으로써 3차 중동전을 촉발시켰다.

우리나라도 물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경상남도와 부산광역시의 분쟁을 들 수 있다. 부산광역시는 기존 낙동강에서 취수하여 정수처리 과정을 통해 시민들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한다. 하지만 도시화에 따른 낙동강의 수질악화로 인해 부산광역시는 남강댐의 물을 공급받기를 원하고 있으나, 경상남도에서는 부산광역시에 물을 공급하면 3년마다 물 부족사태가 발생한다는 연구기관의 결과를 들어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1991년부터 이어져 온 이 분쟁은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치열한 싸움을 치르고 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수질오염으로 먹을 수 있는 물의 공급량과 수요량의 차이는 점차 벌어질 것이며, 이로 인한 지역 간 갈등은 점점 심화해 또 다른 전쟁(?)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K-water)에서는 통합 물 관리(Integrated Water Resources Manangement, IWRM)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IWRM은 지속 가능한 물 이용을 위하여 효율이 극대화하도록 유역단위로 통합하여 관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목표는 국가적인 물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여 유역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통합관리 함으로써 상습적으로 가뭄 피해를 겪는 산간지역과 홍수피해를 겪는 지류 하천 지역 간의 물 복지를 균등화한다는 것이다. EU, 미국, 호주 등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통합 물관리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물 전쟁 방지를 위하여 국가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우리도 지금부터 물 전쟁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중장기적인 물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그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규탁 K-water 팔당권관리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