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수원시 파장동에서 공동육아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달팽이 어린이집' 개구쟁이들이 인근 야산냇가서 자연학습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임열수·pplys@kyeongin.com
“내 손으로 상추도 기르고요. 꽃으로 화전도 만들어 먹었어요.”

성냥곽같은 건물 속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보통의 어린이집 대신 꽃과 풀을 가꾸며 하루종일 흙속에서 뒹굴수 있는 어린이집이 있다. 이른바 공동육아를 표방한 새로운 형태의 어린이집들이다.

지난 2002년 3월 문을 연 달팽이 어린이집(수원시 장안구 파장동)도 17가구가 600만원의 출자금을 내서 만든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다. 현재 4~7세에 이르는 어린이 23명이 다니고 있는 달팽이 어린이집의 하루 일과는 나들이에서 시작한다. 인근 광교산 일대를 거닐면서 아이들은 직접 자연을 체험하게 된다.

나들이를 마치면 어린이집 앞에 조성된 텃밭에서 상추를 가꾸고 직접 키운 꽃으로 화전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달팽이 어린이집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들과 교사의 관계가 수평적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이란 호칭대신 자신들이 만든 '별명'을 부르고 '반말'을 사용한다.

'봄바람' 김동미(40·여) 교사는 별명과 반말을 쓰는 이유에 대해 '평등성과 자유로운 표현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 교사는 “아이는 어른과 평등한 관계에 놓일 때 자기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며 “자유로운 표현 속에서 진지한 대화가 가능하고, 교사는 이런 관계 속에서 아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말과 함께 별명 부르기는 공동육아의 공통된 특징. 교사와 아이가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의미있는 만남을 맺어가기 위한 공동육아세계의 말하기인 셈이다.

이처럼 공동육아 방식의 어린이집이 부모들 사이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

공동육아의 경우 보통 10가구 이상이 출자금을 내 조합을 설립한뒤 거기서 나오는 이익금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된다. 여기서는 기존의 어린이집처럼 획일적인 교육에서 탈피해 자연과 사람 속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1년 권선구 금곡동 일대에 생긴 '사이좋은 어린이집'의 경우 수원 최초의 대안초등학교인 '칠보산초등학교'을 탄생시키는 등 대안교육의 새로운 장을 불러오고 있다.

영통에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준비중인 학부모 박성미씨는 “방안에서 플라스틱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 이웃의 아이들과 함께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며 “획일적인 교육만 답습하는 곳에 아이를 맡기는 것보다 뜻있는 부모님들이 직접 만든 공동육아프로그램이 내 아이를 올곧게 키울 수 있음을 확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