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세교택지개발지구 철거반원 사망사건과 관련 사업주체인 대한주택공사가 무리하게 현장 진입을 강행, 사고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주공은 철거민들이 이미 철거반원의 진입에 대비, 망루를 설치하고 화염병 등 시위도구까지 갖춰 극렬한 저항이 예상됐는데도 소수의 인원으로 무리한 진입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3개 중대 400여명이나 동원했던 경찰은 철거반원이 화염병에 맞은 사실도 모르고 있었는데다 숨진 이후에도 1시간여동안이나 시신을 방치, 비난을 사고 있다.

◆사건 경위=전국철거민연합회원 15명과 주민 10명으로 이뤄진 철거민 시위대는 16일 새벽 2시께 오산 세교택지개발지구 내 4층 건물인 W빌라 옥상에 높이 10m, 면적 60여㎡ 가량의 철조 망루를 세우기 시작했다.

철거반원들은 곧바로 이같은 사실을 주공측에 보고했고 주공은 용역회사에 더 많은 철거반원 투입을 요구했다.

◆무리한 현장진입=그러나 주말인 탓에 소집된 철거반원들은 고작 45명에 불과했다. 이런데도 주공은 현장진입을 지시했고 철거반은 이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2차례나 현장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시위대가 대형 새총으로 골프공을 쏘고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극렬저항, 진입에 실패했다. 결국 3번째 진입을 시도하다 철거반원 이모(24)씨가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진압에 참여한 한 용역업체 직원은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우 철거반원은 시위대의 5배수가 필요한데도 이날 45명에 불과한 인원으로 현장진입을 시도한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주공은 당초 다수의 용역업체에 연락해 120명 이상을 소집, 현장진입을 하기로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자 45명으로 진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공은 특히 사건발생 하루가 지난 17일까지 '누가 현장진입을 지시했는가'에 대한 답변은 회피한 채 현장에는 책임자 없이 직원 1명만 배치하고 있다.

◆뒷짐지고 있던 경찰=사건 당시 경찰은 시위대와 철거반원들의 충돌에 대비, 3개중대 400여명의 의경 등을 배치했는데도 이씨가 불에 타고 있던 상황도 파악하지 못 한데다 이씨가 숨진 이후에도 1시간여동안 시신을 방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씨의 사망소식을 듣고 곧바로 현장에 진입하려했으나 시위대의 저항이 워낙 강해 더이상의 진입이 불가능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양측의 충돌을 사전에 막지 못하고 사망사고 이후에도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편 시위대를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학명 오산세교지구 비대위원장은 경인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누군가 불 붙은 상황은 봤다. 그래서 더이상 시너를 뿌리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소방대원이나 경찰은 불을 끄려는 의지가 없었다”고 말한뒤 “철거민들의 요구가 관철되면 자수하겠다”고 밝혔다.=오산/요용화·강주형·최규원·cubi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