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나무는 가지를 많이 쳐서 넓게 자라며 어린가지는 푸른색을 띠는데 비비면 특유의 냄새가 난다. 잎은 아까시나무와 비슷하며, 꽃은 꽃대가 휠 정도로 많이 피는데 밀원이 부족한 한여름에 꿀벌들에게 인기가 높다. 열매는 9~10월에 노란색으로 익으며 둥근 씨앗이 줄줄이 연결되어 있는 꼬투리모양으로 독특하다.
회화나무는 한자로 나무목과 귀신귀를 합친 괴(槐)로 쓰는데 괴의 중국 발음이 '회'이므로 회화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며, 지방에 따라서 회나무·해나무·호야나무 등으로 다르게 부르기도 한다. 흔히 회화나무를 '학자수' 또는 '선비목'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이는 중국의 과거시험 중 진사시험의 시기가 회화나무꽃이 필 즈음이었기에 '괴추(槐秋)'라 부르기도 하고, 과거에 응시하는 사람들이 합격을 기원하는 뜻으로 회화나무를 심는 등 이런 관행이 송나라까지 이어져 회화나무는 사대부와 학자, 선비를 상징하는 나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화나무는 영문명도 같은 뜻인 스칼라 트리(Scholar Tree)이다.
회화나무는 우리 선조들이 최고의 길상목으로 손 꼽아왔는데 회화나무를 집안에 심으면 가문이 번창하고 큰 인물이 난다고 귀하고 신성하게 여겨 함부로 아무 곳에나 심지 못하게 했다. 특히 집안 앞마당에는 보통 나무를 심지 않던 우리 선조들은 회화나무만큼은 앞마당에 특별히 심었고, 심지어는 옛 선비들이 집을 옮겨갈 때 이삿짐 목록에 집어넣을 정도로 회화나무를 무척 아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회화나무는 우리나라와 중국 유교문화의 핵심적인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회화나무가 유교를 이해하는 중요한 나무로 등장한 것은 중국 주나라의 제도 때문이었다. 주나라에서 삼공(三公)의 자리와 고급관리인 사(士)의 무덤에 회화나무를 심어 신분을 구분했다. 성리학을 지배이념으로 삼은 송나라시대에도 회화나무는 상징목이었는데 지금도 허난성 등의 서원에서는 회화나무를 볼 수 있다. 또한 성리학을 지배이념으로 삼은 조선왕조도 조정과 관청, 그리고 향교와 서원을 중심으로 회화나무를 상징목으로 보급했기에 창덕궁과 성균관, 안동 도산서원, 해남 녹우당 등 유교관련 유적지에는 예외 없이 회화나무를 볼 수 있으며, 도산서원을 배경으로 한 천 원짜리 지폐 뒷면의 무성한 나무도 바로 회화나무이다.
회화나무는 꽃과 열매, 껍질, 뿌리 등을 한약재로 사용하는데 주로 고혈압과 중풍, 손발의 마비 등 순환기계 질병과 치질 등에 효과가 크고 오래 먹으면 머리카락이 희어지지 않고 장수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회화나무꽃에는 루틴성분의 노란색소가 많아서 혈압을 내려주고 모세혈관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열매에는 열을 내리고 혈액의 응고를 촉진해 주는 성분이 있어 예전에는 출혈이 있을 때 열매를 갈아 마시기도 했다. 특히 열매에는 천연여성호르몬이 풍부해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중년 여성을 위한 특급약나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