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프랑스에서 소장하고 있던 조선왕조 의궤는 '외규장각(外奎章閣) 의궤' 297권밖에 없다고 다들 생각했기에 또 다른 의궤의 출현 자체가 신선한 것이었다. 이번에 발견된 정리의궤는 정조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국왕의 열람을 위한 어람용(御覽用)이며, 한문이 아닌 한글로 기록돼 있어 기존의 의궤 역사를 다시 써야 할 판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1827년(순조27)에 편찬된 '자경전진작정례의궤(慈慶殿進爵整禮儀軌)'를 최초의 한글본 의궤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학자들의 분석결과 정리의궤는 이보다 몇십 년 앞서 간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리의궤는 현존하는 '최초의 한글본 의궤'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특히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정리의궤(성역도)'에는 수원화성과 부속건물들을 도화서 화원들이 정성 들여 손으로 그리고, 색칠까지 해 놓아 앞으로 수원화성 및 행궁 등을 복원할 때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1801년에 목판인쇄로 간행된 화성성역의궤보다 훨씬 세밀하고, 채색이 돼 있어 그동안 불분명했던 부분이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다.
현재 정리의궤의 발견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바로 수원시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정리의궤에 대한 최초보도(경인일보 7월 4일자 1·3면) 이후 곧바로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정리의궤를 영인·복제하고 연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프랑스 현지 방문단이 정리의궤를 확인한 지 꼭 한 달만인 7월 27일 '정리의궤 시민 토크 콘서트'를 열고 의궤를 컬러로 출력해 행사장을 찾은 모든 이들에게 공개했다.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의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수원시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누군가 "정리의궤의 발견은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맞아 정조임금이 보내준 선물"이라고 한 말이 귓가에 맴돈다.
/김선회 정치부 차장 k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