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나라의 정신수준 가늠케 하고
문화의 가장 기본이 되는
문학활동 활력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다른 분야로 쏠린 관심
애정을 문학으로 다시 돌려
'문화융성'의 기초 닦아 나가야

발제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정부가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대명제를 충실하게 지켜야 한다면서, 우수문예지 지원 정책과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정책이 다시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더불어 문예지가 계속 출간되어야 좋은 문학도 가능한 것인데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말하면서 이러한 정책을 펴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하였다. 다음 발제에 나선 충남대 이형권 교수는, 문예지 지원의 폐지는 열악한 작가의 창작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면서 다시 문예지 지원제도가 복원되기를 희망하였다. 그리고 문화정책을 위해 예술위에 배정되는 30억 원은 4대강 보 하나 만드는 비용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이마저도 축소하려는 것은 정부가 문학을 지원할 정책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였다. 이러한 발제에 대하여 패널로 참석한 임헌영 평론가, 이재무 시인, 오봉옥 시인, 홍용희 평론가 등은 한국문학 진흥을 위해 아직은 문예지 시장을 무한경쟁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고, 정부가 적절하게 개입하여 기초산업을 육성하는 마음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눈을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면, 문학 이외의 사업에는 오히려 지원이 늘어나기도 하였다. 가령 정부의 문화콘텐츠 분야 정책을 보자. 정부는 문화콘텐츠 정책에는 5조가 훨씬 넘는 재원을 공급하고 있다. 이 분야의 촉진을 위해 1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문화 창조 벤처단지에 이른바 '금융 존'을 설치하기도 하였다. 문화예술위원회는 문예지 지원사업 변경의 이유를 문예진흥기금 고갈로 들고 있는데, 이러한 재원 수급의 불균형을 일부 수정만 해도 이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올해의 정책 변화는, 정부와 문화예술의 관계에 대해 매우 근본적인 생각을 하게끔 해주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다양한 백가쟁명의 사유와 상상력의 사회적 확산을 위해서라도 문학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기를 고대한다. 아닌 게 아니라 백과사전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항목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보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문예진흥기금을 활용해 공연예술행사 지원사업, 문학창작기금 지원사업, 우수문예지 발간 지원사업, 국제문화예술 교류 지원사업, 공연예술 전용공간 지원사업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펴고 있다."
우리 정부의 국정 지표이기도 한 '문화융성'을 위해서라도, 문화의 가장 기본이 되는 문학 정책의 근본적 재고는 더욱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문학을 무한경쟁의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하는가, 적정한 정부 지원을 통해 문학 생태계를 유지해가야 하는가를 다시 한 번 묻게 된다. 결국 정부는 한 나라의 정신 수준을 가늠케 하는 문학 활동의 활력을 위해서라도, 다른 분야로 돌린 관심과 애정을 문학으로 다시 돌려 '문화융성'의 기초를 닦아가야 할 것이다.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