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2_운정1동주거환경개선 사업2
지난 2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정1동 맞춤형복지팀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청소업체, 자원봉사자 등이 K할머니 집에서 쓰레기 10t 가량을 치웠다. /파주시 제공

"옆집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살 수가 없어요. 해결 좀 해 주세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불쾌지수가 치솟던 8월의 첫날 파주 운정신도시 운정1동 주민센터에 악취 민원이 들어왔다.

"아파트에서 악취가 난다면 나쁜 일이 있는 건 아닐까?" 요즘 끔찍한 사건 사고가 매스컴을 통해 전해지면서 이용재 운정1동장도 잠시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곧바로 민원현장으로 나간 이 동장은 깜짝 놀랐다. K 할머니(70)가 거주하는 이 집은 아파트 7층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온갖 쓰레기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닌가.

악취의 주범은 바로 이 쓰레기였다.

K 할머니는 몇 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우울증과 저장 강박증에 시달린 끝에 재활용품 수거일만 되면 주민들이 내어놓은 재활용품들을 주워다가 집에 쌓아 놓았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거실과 안방은 문이 닫히지 않을 정도로 쓰레기로 가득 차 버렸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쓰레기에서 발생한 악취는 집 밖으로까지 나가게 된 것이다.

이 동장은 즉시 아파트 관리소장과 통장, 노인회장 등과 협의를 거쳐 K 할머니의 쓰레기를 모두 치우기로 결정했다. 이어 2일 오전 동사무소, 관리사무소, 청소업체, 자원봉사자 등 25명이 나서 K 할머니 집 쓰레기를 말끔하게 치웠다. 이날 밖으로 끌어낸 쓰레기는 무려 10t이나 됐다.

K 할머니는 "그동안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재활용품을 주워왔는데, 돈이 되지 않아 그대로 뒀다"면서 "치울 엄두도 못 냈는데 깨끗하게 치워줘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 동장은 "주민들의 불편은 언제 어디든 찾아가 해결하겠다"며 "도움이 필요한 경우 맞춤형 복지팀(031-940-4477)으로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파주/이종태기자 dolsae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