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오의 독서생활'(글 항아리 간)을 보면 마오쩌둥(毛澤東)의 화려한 독서 편력에 입을 다물 수 없다. 그는 대장정(大長征)에도 늘 책을 품고 다녔으며, 1947년 연안에서 철수할 때 그동안 읽었던 책을 단 한권도 빼놓지 않고 베이징으로 옮겼다. "사흘 동안 책을 읽지 않으면 류사오치(劉少奇)를 따라 갈 수 없다"는 말에 류사오치는 "하루라도 책을 놓으면 마오에게 뒤처진다"며 서로 독서를 격려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잠들기 전 30분에 책 한 권을 읽었다는 다독가이자 속독가였다. 1961년 라이프誌에는 '케네디의 애독서 10선'이 실렸다.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는 이 목록 덕분에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이후 미국에서는 매년 여름 휴가철이면 대통령의 여름휴가 가방에 들어가는 도서목록을 공개하는 것이 관례가 됐다.
독서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다면 감옥에라도 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책을 사랑했다. 철학·경제·역사·문학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생전 약 3만권의 장서를 자랑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책을 많이 읽었다. 공직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책을 도구로 활용했다. '독서정치'라는 신조어는 그래서 만들어 졌다. 덕분에 정치인들이 즐겨 책을 '메시지 도구'로 이용했다.
올 여름 역시 거물급 정치인들의 여름 독서목록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들이 정말 책읽기를 좋아하는지 여부는 알수 없지만, 전 세계 독서율 꼴찌나라에서 그나마 지도층 인사들이 책을 읽는다니 다행이다. 김무성 의원은 '백범일지'를, 유승민의원은 존 롤스의 '정의론'을 탐독하고 있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를 읽는 중이다. 남경필 지사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을, 안희정 충남지사는 박경리 '토지'를, 박원순 서울시장은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를 읽고 있다는 소식이다.
조광조의 스승 김굉필은 서른다섯살까지 어린이의 행실을 가르친 '小學'을 수없이 되풀이해서 읽었다. 조식은 집중하기 위해 허리에 방울을 달고 책을 읽었다. 그 역시 평생동안 '채근담'을 읽고 또 읽었다. 정치인들의 독서가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행위'라면 그건 슬픈 일이다.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먼저 읽어야 한다.
/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