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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래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공부 잘하는 애들이 판검사 잘할 거라 생각하나 봐요."

지난달 만난 인천 계양구의 한 공립중학교 학생은 학교의 모의재판을 성토했다. 판사와 검사를 성적순으로 뽑은 게 불만이었다. 판검사로 나서고 싶은 아이들이 있었지만 성적이 안 돼 신청조차 제대로 못 했다는 것이다. 학생 얘기를 더 들어봤다. "공부 잘하는 애들이 판단력도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공부하는 사람을 더 대접해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근 만난 인천 남구의 한 사립 고등학교 학생은 면학실이 성적순으로 운영된다고 전했다. 면학실은 독서실처럼 칸막이 책상과 개인 사물함 등이 있는 공간으로 입실 희망자가 많은 편이다. 이 학교는 1등에서 10등까지를 ○○반, 11등에서 35등까지를 ◇◇반으로 분류해 면학실 '입장권'을 나눠주고 있다. 입장권뿐 아니라 다른 혜택도 적지 않은데, 대학교수 특강 등 '특별 프로그램'이 있을 때 ○○반, ◇◇반에 수강 우선권을 주는 게 대표적 사례다. 모의재판이나 면학실 이용의 교육 기회를 성적순으로 제한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것이 기자가 만난 학생들의 생각이었다. 민주 시민 육성을 목표로 열리는 모의재판 구성원을 성적순으로 결정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학교 공교육 서비스의 하나인 면학실을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만 개방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 행위가 될 소지가 있다. 이 같은 성적순 교육에 대한 거부감은 적지 않은 학생들에게 퍼져 있다. 지난달 26일 인천시교육청이 '학생 기자단 원탁 토론'에 나온 13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성적 제일주의 해소(40%)', '평등 교육에 대한 교직원 인식 개선(15%)'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학력 향상에만 매진하는 학교는 과거의 일이다. '미래 역량'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가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도입한 것도, 진로 교육 내실화와 확대를 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생이 성적으로 차별받지 않고, 열등감과 소외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제 역량을 찾아 나설 수 있게 학교가 돕는 게 시대의 흐름이다. 모의재판 판검사 후보와 면학실 이용 자격을 추첨으로 정하는 것쯤은 학교장 재량으로도 가능하다.

/김명래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