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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자(1938~)

정화수에 씻은 몸
새벽마다
참선參禪하는

미끈대는
검은 욕정
그 어둠을 찢는
처절한 미소로다

꽃아
연꽃아.

허영자(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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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존재는 어떠한 존재의 몸을 뚫고 나온다. 존재는 스스로 생길 수 없으며 존립할 수도 없다. 본래 자기의 고유한 성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성질의 요소들을 통해 고유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것을 인연이라고 하며, 우리는 인연에 의해 모여서 그것에의 형상을 이루었다가 인연이 끝나면 자연 속으로 되돌아간다. 자연은 우리가 왔던 곳이며 돌아가야 할 공간으로서 흔히들 사람이 죽으면 '돌아가셨다'고 하는 것이다. 태어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의 자연인이며, '정화수'와 같이 깨끗하고 고요한 빗물질 속에 있다. 이 공간은 어머니의 자궁과 같이 평화가 머물지만 '미끈대는/검은 욕정'이 가득한 세상이라는 장소로 이동하면서 '어둠을 찢는/처절한 미소'로 연꽃이 일순간 꽃잎을 열듯이 활짝 피어난다.

/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