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를 읽으며 갈 길을 재촉하는 그 옛날 商團(상단)의 모습을 눈에 떠올려봤다. 상단은 괴나리봇짐과 지게를 지고 있는 여러 명의 장사꾼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단은 며칠 안에 눈앞에 있는 산들을 넘어 큰 시장이 열리는 저잣거리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여정 끝에 상인들의 모습은 지쳐 보인다. 욕심이 앞서 오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짐들을 추가해 결과적으로 너무 많은 짐들과 물건들을 실었나보다. 설상가상으로 멀리 소나기 먹구름이 잔뜩 밀려온다. 상단의 접주는 깊은 상념에 젖는다. 아직은 상인들의 힘이 있기는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다 같이 산을 못 넘어 낭패를 볼 수 있다. 접주는 결심을 한다. 하루를 묵는 주막에 일행을 집합시켜 과도한 짐을 정리하고, 덜 필요한 것은 같이 묵는 다른 상단에게 처분해 노잣돈에 보태기로 한다.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이렇게 하고나니 짐도 줄고 상인들의 어깨도 훨씬 탄탄해 보인다. 힘을 비축한 상단일행은 다음날 일찍 서둘러 빗속을 뚫고 산을 넘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한다.
언젠가 기업을 미지의 보물섬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비유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보물섬이 찾기 쉬우면 보물섬이 아니리라. 기업도 나름대로 성공을 위해 몸부림치지만 어쩌다보니 괜한 욕심에 사업을 너무 크게 벌리기도 하고 여러 사업을 챙기느라 정작 힘을 쏟아야할 핵심 사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이런 경우 어떻게든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자 하나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어떻게 재편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여기에 소요되는 추가자금 조달도 문제다. 게다가 각종 규제나 행정절차가 더디기도 하다. 특히 대기업은 나름대로 시스템이 갖추어져있어 혼자서 어떻게든 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중견기업은 이런 도움이 더욱 필요할 경우가 많다.
이런저런 기업현장의 수요를 감안하여 기업의 자율적, 선제적인 사업재편을 위해 관련부처가 힘을 모으는 제도가 이번 주부터 시행된다. 매스컴에서 원샷법으로 익히 알고 있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가칭 기활법)" 이다. 기업이 '기활법'에 따라 사업재편을 추진할 경우 금융, 세제, 연구개발 등의 지원은 물론 상법이나 공정거래법상의 각종 절차를 일괄해서 간소화해주는 게 핵심내용이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스마트공장보급이나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1:1로 전담하여 지원하게되어 이들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기활법을 통해 새로운 틀을 짜고자 하는 기업들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무부처에 사업재편을 신청하면 되지만, 각 지역에 있는 지방중소기업청에서도 필요한 상담과 지원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으니 많이 활용했으면 한다. 그리고 사업재편과정에서 신산업 진출 등에 필요한 자금마련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으며, 기업결합의 경우 공정위의 관련 절차도 신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혹시나 이 제도를 이용했다가 부실기업으로 찍히는 것이 아닐까 오해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부실기업은 아예 신청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날은 저물어가고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는 지금, 이 시기의 어려움을 피해 충분한 사전준비를 한다면 맑은 날 쨍쨍한 햇살 속에서 우리 기업인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오를 것으로 확신한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