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폭염 경보다. 폭염의 炎자는 '불꽃 염, 태울 염'자다. '불 火'자가 세 개 겹친 글자도 '불꽃 염'자지만 한국에선 거의 안 쓰고 중국에선 주로 인명에 쓰인다. 사람 이름에 '불꽃 염'자를 쓰다니, 꽤는 이상한 사람들이다. 아무튼 무척 덥다. 서울이 연일 35~36도, 경상도는 37도가 넘는다. 그래도 1994년 여름의 서울 38.4도, 대구 39.4도보다는 덜하다. 40도를 훌쩍 넘는 더위란 상상하기 어렵지만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는 40.5도, 충칭(重慶) 42.2도, 저장(浙江)성 펑화(奉化)는 42.7도였고 그 이틀 전 북서 사막지대인 신장(新疆) 투루판(吐魯番)은 46도였다. 들어가 본 사람이야 없겠지만 그런 더위가 찜통더위(蒸暑), 가마솥더위가 아닐까. 중국에선 '찔 증(蒸), 구울 고( )'자를 써 蒸 (정카오), '구울 자(炙), 구울 고( )'의 '炙 (즈카오)'라고도 한다. 오리를 굽는( 鴨) 더위라는 거다.
지난달 23일 이라크는 더 더웠다. 수도 바그다드가 51도, 남부 항구도시 바스라(Basra)가 53도로 임시공휴일을 선포했고 그 이틀 전 쿠웨이트 사막지대인 미트리바(Mitribah)는 무려 54도였다. 작년 여름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Andhra Pradesh)는 47~48도 폭염에 2천500명이나 숨졌다. 그런 더위야말로 muggy(몹시 더운)나 sticky(끈적거리는 더위) 정도가 아닌 scorch(불태우는), sizzler(지글지글 굽는)급 폭염이고 '불꽃 염'자도 불 火자가 3개나 겹쳤을 게다. 그런데 2006년 5월 29일 이집트의 왕가의 계곡, 카르낙(Karnak) 신전 등 고적 명소 일대와 나일강 동안(東岸) 도시 룩소르(Luxor) 등은 40도였다. 하지만 그늘은 서늘했고 밤엔 신기하게도 겉옷을 걸칠 정도였다. 습도가 낮아 40도 폭염에도 열대야는 체감할 수 없었다. 습도 높은 유럽, 동남아 등의 열대야와는 달랐다.
잠들기 어려운 열대야가 계속되지만 40도를 넘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모른다. 전력 사용량도 연일 사상최고치라고 했다. 그런데 참고 봐줄 수 없는 건 낡은 아파트촌의 정전이다. 선풍기 하나 못 돌리는 열대야, 거기가 바로 불교에서 이르는 초열(焦熱)지옥, 팔열(八熱)지옥 아닐까. 열대야의 정전, 그것만은 없어야 한다.
/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