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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우 경기도의회 예산정책팀장
음식점 메뉴판을 보면 메뉴가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느낀다. 손님이 먹고 싶은 메뉴를 주문하면 요리사가 좋아하는 메뉴냐 아니냐는 상관없이 성실하게 만들어 내놓는다. 손님의 입맛에 맞는 좋아하는 메뉴 제공이야말로 음식점의 성공 비결 중에 하나다.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삶을 위해 음식점의 메뉴와 같이 인간관계를 염두에 두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제는 내가 내놓고 싶은 메뉴가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메뉴를 제공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말은 자신의 입을 통해 밖으로 나와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그 영향은 상대방보다 자신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다. 듣고 싶은 말 한마디는 말을 하는 자신과 듣는 사람 모두를 기분 좋게 하고 서로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내가 좋아하는 말이라면 상대방도 좋아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얘기를 꺼냈다가 종종 커다란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매일 접하는 여야, 노사문제는 말할 나위가 없고 부부,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간의 문제들도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기 때문에 벽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상대방이 좋아하는 말과 듣고 싶어하는 말은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반면 상처를 주는 말에 익숙한 편이다. 우리들이 듣고 싶은 말은 마음을 넓히면서 상대방을 배려해 주는 "미안하다"다.

요즘 자신이 잘못했거나 실수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오히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게 어때서?"라며 자기를 옹호하기에 바쁜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예전 어떤 종교지도자가 전국의 과수원에 있는 사과를 모두 사서 교인들에게 나눠준 일이 있었다고 한다. 말로 사과를 못 하므로 사과를 먹으면서 서로 사과를 하라는 뜻이었다.

과수원의 사과를 모두 사들여 나누어 주었지만 부족하자 이번에는 배를 사서 사과를 받지 못한 교인들에게 "배로 사과드린다"는 메시지와 함께 전달했다고 한다.

우리가 가장 못 하는 말이 "미안하다""감사한다""사랑한다"란 말이다. 평상시에 쉽게 사용하지 않던 사람이 이런 말을 하려면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감사할 일이 없는데 어떻게 하지?"라고 말을 하는 사람을 향해 예수가 말했다. "범사에 감사하라." 좋고 나쁘고를 떠나 조건없이 모든 일에 감사하라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감미로운 말이 있다. 마음만큼 편하게 아무 때고 나오는 말이 아니지만 남녀 간 이든, 부모 자식 간 이든 그래도 조심스럽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보면 어려움 속에서도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나름의 논리와 이론으로 무장한 채 남의 말에 귀 기울이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겸손함을 강조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좋은 무엇인가가 오기를 기다리기 전에 상대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말을 통해서 서로가 원하는 것들을 원만하게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어제 뿌린 말의 씨앗이 오늘의 나를 만들고 오늘 뿌린 말의 씨앗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는 말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말보다는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로 배려가 넘치는 사회, 행복한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남길우 경기도의회 예산정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