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여름 폭염에 노출되면 열사병이나 탈진 같은 온열질환을 조심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여름은 5월부터 시작된 폭염으로 8월초까지 온열질환자 수가 909명에 달하며, 이중 1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가로수와 공원 등을 포함하는 도시숲은 증산작용과 그늘효과를 통해 도심을 식혀주는 '냉섬효과'를 가지고 있다. 숲의 증산작용은 뿌리에서 물을 끌어올려 잎의 기공(氣孔)을 통해 수증기로 방출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때 물 1g당 596칼로리의 에너지를 끌어들여 주변을 시원하게 만든다. 숲의 그늘효과는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어 내리쬐는 직사광선을 막아 주변보다 시원하게 해준다. 이처럼 도시숲은 훌륭한 에어컨이자 다양한 생물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며 도시민들의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치유의 공간이다.
한여름 도시숲 기온은 바깥 기온보다 평균 약 2℃ 낮으며, 침엽수림은 최대 3℃나 낮다고 한다. 이는 침엽수가 잎이 많고 단위면적당 엽면적이 넓어 증산작용과 그늘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더위는 기온과 습도에 따라 달라 이를 열지수로 정량화하여 나타내는데, 도시에서 열지수를 계산한 결과 '신체활동 시 피로위험이 높은 수준'이 숲 밖에서는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지속됐지만 숲 중심부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보통 사람이 땡볕에서 활동하다 숲 그늘에 어느 정도 있으면 정상체온으로 돌아오는지를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한 결과, 나무높이가 10m 정도인 숲 그늘에서 약 15분간 있을 경우 정상 체온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도시숲이 우리 주변에 많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도시숲은 전체 숲 면적의 3.3%인 약 3만6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생활권 도시숲의 면적은 2013년 말 기준 평균 8.32㎡로, 상해(18.1)나 파리(13.0) 같은 세계 주요 도시보다도 작다.
도시 생활권은 땅값도 비싸고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가 어려우므로 하천변 녹지나 도심 내 자투리땅을 충분히 활용하여 도시숲을 넓혀가야 한다. 또한, 한 줄 가로수보다는 여러 줄의 터널형 가로숲길을 조성, 이를 도시 주변 숲과 연결하여 찬바람이 유입될 수 있는 바람길을 만드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한자 '쉴 휴(休)'는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대고 있는 모양이다. 내년 여름은 지금보다 더 많아질 휴식 같은 냉섬, 도시숲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김경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