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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하는 이유가 뭘까. 바로 1988년 서울올림픽의 노래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Hand in hand/ We stand all across the land…)'를 실천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다. 지역과 인종, 언어와 풍습, 종교와 이데올로기의 벽을 넘어 인류의 화합을 이룩하자는 취지, 그 거 아닐까. 그런데 그 취지를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한반도 남북 여자체조 두 선수가 리얼하게, 극명하게 증명해 보였다. 남의 이은주(17·강원체고)와 북의 홍은정(27)이 지난 8일 자매처럼 다정히 머리를 댄 채 밝은 미소로 스마트 폰 셀카로 찍은 사진 한 장이 그랬다.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로 극렬하게 대치하고 있는 남북의 여자체조 선수가 함께 찍은 그 한 장의 사진은 그 이튿날 AP통신을 비롯해 CNN, BBC 등 세계 주요 언론이 하나같이 "전 세계 올림피언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고 보도, 지구촌 올림픽 네티즌 사이에 급속히 번졌다.

그 한 컷의 사진을 본 미국 정치학자이자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이언 브레머(Ian Bremmer)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그게 바로 올림픽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고 서양 음악의 알파~오메가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와 성씨가 같은 토마스 바흐(Bach)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그건 올림픽에서나 볼 수 있는 위대한 몸짓"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모친이 일본인인 이은주는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시모노세키(下關)시에서 출생, 거기서 자랐고 3년 전 부친의 나라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래서 두 체조선수의 '다정한 셀카(나카요쿠 지도리) 사진'은 아사히(朝日) 등 일본 언론도 크게 보도했다. '손에 손잡고 (이가 갈리는 이념의) 벽을 넘자는' 또 한 장의 사진은 사격 3연패의 진종오(37)와 동메달의 북한 김성국이다. 시상식에서 진종오는 "너 앞으로 형 보면 친한 척하라"고 했고 둘은 악수, 밝게 웃었다.

하지만 11일 북한 양궁의 강은주는 장혜진과의 16강전에서 패한 후 장혜진의 셀카 제의를 거절했고 북한 첫 금메달의 여자 역도 림정심은 우승 소감을 묻자 "어서 김정은 원수님께 달려가고 싶다"고 했다. 그건 손에 손잡고도 못 넘는 소름끼치는 벽 아닌가!

/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