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경제에서는 주체를 국민과 기업과 정부로 구분한다. 정부는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재정을 마련한다.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을 증세(增稅)라 하는데 이 증세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이 늘 문제가 되어왔다. 노나라군주 애공과 공자제자 有若의 대화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 노나라 군주 애공이 "임금이 나라에 흉년이 들어 쓸 것이 부족하니 어쩌면 좋겠소?"하고 물었다. 그러자 유약은 '철(徹)'법을 쓰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였다.
徹은 주나라의 세금제도로 백성에게 10분의 9를 얻게 하고 10분의 1만을 거두는 조세법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주나라 조세법과 달리 10분의 2를 거두는 조세법을 쓰고 있었다. 그러니 흉년으로 백성들이 쓸 것이 없으니 10분의 1로 줄이자는 것이 유약의 생각이다. 그러자 노나라 애공은 10분의 2의 세금으로는 나라 재정에 쓸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물은 것인데 어떻게 10분의 1로 줄이자는 대답을 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유약이 답한다. "백성이 풍족한데 임금이 부족한 이치는 없고 백성이 부족한데 임금이 풍족한 이치는 없다." 여기서 不足하다는 의미가 서로 다름을 볼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그 주체는 백성이어야 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