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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호강은 말도 못한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의 118만원짜리 개목걸이 세트가 절품 상태라는 뉴스는 2002년 4월이었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되는 미군 군견(軍犬)―종군견(從軍犬)에게도 1천200달러짜리 방탄복을 입힌다는 뉴스는 2004년 2월에 전해졌다. 그 정도야 그렇거니 했었다. 그러나 작년 6월 24일자 신문의 어느 견공 모습엔 입이 딱 벌어졌다. 중국 최고 부자 왕졘린(王健林)의 외아들 왕쓰충(王思聰·27)의 애완견이 애플 스마트 손목시계 두 개를 양쪽 앞다리에 하나씩 차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물건을 채워준 건지 그 개가 알기나 할까. 하루 맡기는데 몇 만원인 애견유치원에다가 애완견 러닝머신(treadmill)과 유모차도 등장했고 홍삼 사료(飼料)와 아이스크림, 한우 간식, 비싼 옷 입혀 생일상 차려주기 등 개 호강 사례는 끝도 없다. 그러니 귀하신 몸값은 얼마나 나가랴. 중국 티베트자치구의 명견 짱아오(藏獒) 수컷은 교미 한 번에 물경 3천600만원을 챙긴다.

애완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이른바 펫팸(pet+family)족이 모시고 가는 개 병원도 요즘은 그냥 수의과(獸醫科)병원이 아니라 개 안과, 개 치과, 개 피부과, 개 외과 등 전문병원으로 세분화, 성업 중이고 2009년 이스라엘의 과학자들과 애견 전문가들이 공동 개발했다는 애완견 유료방송채널 '도그 TV'도 반입,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애완견과 '함께 묻어달라'는 유언도 흔하고 유산까지 물려주는 부자들도 쌨는가 하면 집에 두고 온 강아지가 신경 쓰이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함께 출근하도록 배려하는 회사도 요즘 미국에 늘고 있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애완견 스토리인 'Millie's Book(밀리의 책)'이 1990년 베스트셀러가 돼 그 다음해 부시가(家)의 수입 중 절반이 넘는 88만9천 달러(약 10억6천만원)를 벌어들였고….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동물 장묘(葬墓)사업이 성업 중이다. 그래서 개와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 화장장을 개장하는데 그 지역 주민과의 갈등과 대립이 심하다는 뉴스다. 그 어디나 동물애호가(zoophilist)만큼 동물혐오가도 있는 법이다. 서로가 존중하고 예의를 갖춰주는 게 옳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