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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가 빠진 오합지졸 군대를 우리는 '당(唐)나라 군대'라고 한다.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그 연원은 확실치 않다. 중일전쟁 때 일본군이 전투 의지도 없고 기강도 형편없는 중국군을 비하해 부른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 '안사의 난'을 전후해 당 왕조가 부패와 무능으로 급속히 쇠락하면서 당군도 오합지졸이 됐다는 설도 있지만 이는 확실한 답이 아니다. 당이 어떤 나라인가. 정관황제(貞觀皇帝)로 불리며 중국인들이 제일 존경하는 태종(太宗) 이세민의 나라다. 실제 당은 중국 왕조 가운데 가장 강성했던 국가였다. 문화는 융성했고, 군은 강력했다. 동으로는 요동을 장악하고, 서로는 중앙아시아에까지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고구려의 아들 고선지 장군이 파미르 고원을 넘어 서역의 이슬람 국가들을 휩쓸며 동서 비단길을 연 것도, 제지술·나침반 등 화려한 문물을 서방에 전한 것도 당이었다. 그런데 '당나라 군대'라니.

요즘 '이진삼 군번 줄'이 새삼 화제다. 지난 2010년 국회 국방위에서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이 국방부 장관과 군 수뇌부를 질타하는 동영상이 지금도 유튜브에 떠돌아 다닌다. 발단은 천안함 전사 장병들의 영결식에서 장군들의 흐트러진 분향 자세를 질타하면서 였다. 육군 참모총장 출신인 이 의원의 질타에 합참의장 변명이 길어지자 이 의원은 대뜸 "군번을 착용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국방위에 참석한 장성 대부분이 군번을 착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안 이 의원은 불같이 화를 냈고, 두둔하던 김태영 국방부장관도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이 의원은 개탄하며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군이 옛날 당나라 군대가 될 것"이라며 군의 기강해이를 질타했다. 이 동영상은 조회수 33만회를 기록 중이다.

북한이 지난 1월 4차 핵실험을 하면서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 사업에도 비리가 끼어든 모양이다. 가청 성능이 최소 10㎞여야 하는데, 사업자로 선정된 A사의 확성기는 3㎞에 불과한 성능 미달 제품이었다니 기가 막힌다. 183억원 사업에도 이 정도인 걸 보면 이제 국방관련사업은 규모와 관련 없이 무조건 '먼저 먹는 게 임자'인 모양이다. 이러니 우린 또 '당나라 군대'를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 한심한 '대한민국 군대'다. '이진삼 군번 줄' 동영상을 군 간부들에게 의무적으로 보여 줘야 할 것 같다. 정말 해도 너무 한다.

/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