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은 북태평양 서쪽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으로, 세계기상기구(WMO)는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이 33m/s 이상의 열대저기압을 태풍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17m/s 이상을 태풍으로 분류한다. 태풍은 발생 초기에는 서북 서진하다가 북상해 편서풍 지역에 이르면 진로를 북동쪽으로 바꿔 한반도를 향하는데 육지에 상륙하면 에너지원을 잃고 지면 마찰로 인해 빠른 속도로 약화하면서 소멸한다. 태풍이 접근하면 폭풍과 호우로 수목이 꺾이고, 건물이 무너지고, 통신 두절과 정전이 발생하며, 하천이 범람하는 등 피해가 일어난다. 하지만 태풍이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해서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니다. 전 지구적인 관점으로 볼 때 태풍은 수자원의 공급원으로 물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1994년 여름은 유난히 덥고 길어 가뭄이 극심했었는데 그나마 더위를 식혀주고 가뭄을 해갈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 8월에 내습한 태풍 '더그(Doug)'다. 사람들은 이 태풍을 효자 태풍이라 불렀다. 또, 태풍은 저위도 지방에 축적된 대기 중의 에너지를 고위도 지방으로 운반해 남북의 온도균형을 유지해주고 해수를 뒤섞어 순환시킴으로써 바다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태풍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버리고 대비를 철저히 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태풍이 발생하면 대형·고층건물에 거주하는 주민은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여 파손에 대비해야 한다. 주변에 간판처럼 낙하위험시설물이 있다면 제거하거나 정비해야 하고 가로등, 신호등, 고압전선은 접근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태풍주의보 또는 경보를 라디오나 TV, 인터넷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기상청은 2015년 5월부터 태풍보다 한 단계 약한 열대저압부(TD;Tropical Depression) 정보서비스를 제공한다. 태풍의 사전, 사후에도 위험기상을 동반할 수 있는 열대저압부 예보는 태풍 정보서비스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태풍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 기상청은 올해 8월부터 제주지역을 대상으로 태풍 영향예보 서비스를 시범운영 중이다. 기존의 태풍예보가 태풍진로와 강도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만을 제공했다면, 태풍 영향예보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잠재피해나 침수 등의 위험성까지 고려해 위험 가능성을 4단계, 이를 다시 위험 수준 10단계로 구체적으로 나눠 예보해 방재 관계기관에 제공해 태풍에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기상청은 올 여름철 라니냐의 영향으로 태풍 수가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북서태평양 해역에서 전체 7~10개 정도의 태풍이 발생하지만, 그중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약 1개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다. 태풍 발생 빈도수가 적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라니냐가 발달하면 대류활동이 활발해져 강력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최근 고온화의 영향으로 매우 강한 강도의 태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발표하는 기상청 '가을철 태풍전망'도 꼭 확인해 피할 수 없다면 미리 예방해 이겨내길 바란다.
/남재철 기상청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