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돈
김상돈 경기도의원 (더·의왕1)
경기도 민선 6기 도정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인 '문화융성'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도는 서울농생대 부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고, 여주 반려동물 테마파크, 광주 스포츠밸리 추진 등 나름대로 '문화융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는 있다. 일견 기존부지 활용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문화콘텐츠를 부가적으로 접목시키는 것에 그친다는 지적과 문화 르네상스를 위한 정책 콘셉트가 부족하고 문화 비전이 없다는 평가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경기도의 문화재 보존 및 복원 사업도 겉돌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도에는 모두 1천2점의 지정문화재가 있다. 9점의 국보와 142점의 보물, 천연기념물 19점, 국가무형문화재 10점, 중요민속문화재 22점을 비롯해 유형문화재 252점, 무형문화재 51점, 기념물 182점, 민속문화재 12점 등 시·도 지정문화재도 있다. 그런데 경기도의 도 지정 문화재 보수 정비 예산은 지난해 62억원에서 올해 4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도내 시·군에서 요청한 문화재 보수정비 예산 123억원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문화재 개보수는 매년 증가하는데 보수 예산이 지속 감소돼, 일상 관리가 미진해 정비 대상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도의 문화 관련 예산은 전체 예산 중 1.74%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국 시·도 평균인 3.52%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2%를 넘지 못해 각종 문화 분야의 정책 실현 및 인프라 구축은 물론 경기도 문화 르네상스를 열어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라는 넋두리가 나올 법도 하다. 실태를 한번 살펴보자. 정조 임금이 1797년에 축조한 경기도 기념물 제161호 '만년제' 복원 사업은 지난 2012년 509억원의 복원·정비사업을 계획했으나 현재 예산이 없어 착공조차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2014년 문화재청 특별점검에서 D등급을 받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남한산성의 경우 예산 뒷받침이 안돼 성곽이 파괴·유실되고 있다는 지적도 부끄러운 일이다. 문화재 보존과 복원은 우리 민족의 전통과 얼을 보존하고 정체성을 이어가는 중요한 사업일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서도 무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도내 문화재가 곳곳에서 방치되고 있는 것은 문화시민으로서 도민의 자존심에도 손상을 주게 된다.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문화재단 설립 등 문화예술기관 확충으로 대한민국 문예 부흥을 선도해 온 광역단체였다. 그런데 이제 도는 문화예술기관 폐지를 단행하는 지자체로 전락하고 있다. 재원 부족을 이유로 문화 관련 예산을 우선 삭감하고, 최근에는 경제성·효율성 강화를 이유로 도 산하 공공 문화예술기관의 통·폐합도 추진한 바 있다. 일부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전 세계에 '경기문화(京畿文化)'를 알리고 정체성을 상징해 온 기관들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공적 손실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도내 공공 문화예술시설은 미래 콘텐츠를 창출하는 교육기관이자 창조경제의 산실이다. 문화가 국력이고, 한류 문화가 세계로 퍼져나가는 이 시기에 도의 문화예술 행정이 오히려 시대에 거스르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문화는 물질만으로 채워질 수 없는 우리의 삶에 위안이 되고 행복을 주며 정서적 풍요로움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또한 경제적 위기 속에 삶의 여유를 잃어가는 현실에서 지역과 이념, 세대를 넘어 우리 모두를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어 융합시킴으로써 공동체적 일체감을 주기도 한다. 문화를 통한 다양한 소통과 교류를 확대해 문화 향유의 기회를 확대해나가는 것은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청량제다. 경기도 문화 자원의 가치 재창조를 통해 도내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고 도내 시·군 간 문화격차 해소와 생활밀착형 문화 확산을 위해 문화 분야 예산을 전체 예산 대비 3% 이상 편성될 수 있도록 증액이 필요하고 각종 지원책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한류 시대에 걸맞게 국제적인 문화예술 수준을 드높이고 신성장동력인 문화관광산업 활성화 흐름에 부응하여 창의적인 문화정책개발로 지역 문화진흥과 관광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 집행부의 발상 전환을 촉구하며 경기도가 대한민국 문화융성의 선도적 역할을 다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김상돈 경기도의원 (더·의왕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