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타들어가고 있다.
7월 말부터 한달 가까이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무더위를 식히고 가뭄을 해소할 비는 자취를 감춰 버렸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가축이 폐사하고 농작물이 말라죽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가뭄으로 인한 이같은 피해는 점점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서울지역 강수량이 15.2㎜에 그쳤고, 수원은 8월 강수량이 불과 0.3㎜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북부의 파주도 이달 7.2㎜의 강수량을 기록중이고, 동두천의 강수량도 이달 2.7㎜에 그치고 있다.
인천은 이달 강수량이 0.1㎜로 사실상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은 것이나 다름 없고, 강화도 역시 이달 0.7㎜의 비가 오는데 그쳤다.
충청 지방도 천안의 이달 강수량이 5.9㎜를 기록하고 있고, 부여는 지난 2일 '찔끔' 내린 비로 22.0㎜를 기록 중이다. 남부지방도 여수가 0.2㎜, 통영 9.6㎜, 밀양 8.3㎜ 등의 8월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부산은 지난 15일과 16일 75㎜ 가량의 비가 내리면서 이달 강수량이 81.1㎜를 기록했고, 대구는 7일 내린 35㎜의 비 덕분에 이달 46.6㎜의 강수량을 기록중이다. 이정도의 비가 내린 곳은 전국에 몇곳 안된다.
한반도에 이처럼 거의 비가 내리지 않고 폭염만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여름 날씨를 좌우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8월말 까지도 위축되지 않은 채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한반도 동쪽으로 강하게 발달해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은 한반도 쪽으로 무덥고 습한 공기를 계속해서 불어넣고 있다. 이 공기는 태백산맥을 지나는 과정에서 '푄 현상'에 의해 습기가 빠지고 온도가 더 올라가 태백산맥 서쪽 지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울러 중국 남부지역에 머물고 있는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중국 쪽에서 고온건조한 공기가 한반도 쪽으로 유입되면서, 우리나라는 비 없이 뜨겁게 달궈진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이 같은 기압배치가 한동안 계속되면서 이달 말까지 우리나라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상청 중기예보에도 이달 말까지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거의 없다. 토요일인 오는 27일께 강원영동과 경북지역에 약간의 비 소식이 있는 것이 유일하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을 약화시켜 무더위를 누그러뜨릴 것으로 예상했던 제9호 태풍 민들레와 제11호 태풍 곤파스도 일본 열도 동쪽에서 소멸되거나 약화되면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