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 사업취지 좋더라도
대학 상황·시기 상관없이
무조건 재정 지원 빌미로
성과위주 정책 밀어붙여 비난
교육부, 명확한 입장 표명과
재발방지 위한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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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 한신대 교수
이화여대가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의 일환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둘러싸고 학생들과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달 말부터 시작된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은 학교 측이 설립 계획 철회를 결정했지만, 한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총장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은 작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더욱 발전시켜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 바로 취업을 하더라도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학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힐 정도로 정권 차원의 커다란 관심 사안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다 보니 교육부가 현 정부 임기 내에 신입생을 선발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자 서두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추진 과정을 보면, 작년 12월 '선취업 후진학 활성화를 위한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 사업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하고, 지난 5월 6개 대학(대구대, 명지대, 부경대, 서울과기대, 인하대, 제주대)을 선정했다. 원래 10개 대학 규모로 2017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목표했던 숫자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자 추가 공고를 내 재공고부터 선정까지 두 달 만에 마무리 지어 동국대, 이화여대, 창원대, 한밭대 등 4개 대학을 선정한 것이 지난 7월 15일이다. 일반적으로 내년도 신입생 선발과 관련한 모든 계획은 금년도 상반기까지 수립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교육부가 무리수를 뒀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듯하다. 결국 대학에서 이 사업에 지원하기 위해 준비한 기간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단과대학 하나를 설립하는 계획을 졸속으로 밀어붙였다는 비난 역시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동안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 추진에 대한 학내 갈등이 심해 이번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선정을 위한 평가지표에는 '구성원의 합의와 동의 여부'가 포함되었고, 계획서 작성 시 이 부분을 기록하게 되어 있었다. 이화여대 측은 이번 학내 갈등 사태를 겪으면서 사업 신청 이전에 이사회와 교무회의를 거쳤다고 하지만, 이사회와 교무회의는 일반 교수들과 학생들의 참여가 안 되는 기구이므로 구성원의 합의와 동의 과정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학생들은 "구성원 의견을 무시한 비민주적, 비교육적 처사"라고 학교 측을 비난했고, 교수들 역시 "교육부가 재정지원 사업을 빌미로 대학을 망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실적으로 불과 두 달 만에 공고-심사-선정이 모두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을 거칠 수가 없었을 것인데, 대학 재정지원 사업이 충실히 이행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합의와 동의 과정 및 기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되고 이를 실제로 이행했는지 충분한 평가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현재 교육부가 운영하고 있는 대학 재정지원 사업은 총 1조4천억원 규모인데, 이처럼 대학이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교육부가 대학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총 예산이 2천억 원인 프라임 사업을 통해 인문계 정원을 대폭 감소시키는 무리한 대규모 대학 정원 조정을 이끌어냈다. 한편, 이공계열 인원을 늘리는 프라임 사업과 인문학을 강화하는 코어(CORE) 사업을 같은 대학에 지원해 주는 자기 모순적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이번 이화여대 사태를 통해 대학 당국, 교수, 학생들 사이의 갈등을 촉발한 교육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국민들은 적잖이 실망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최근 교육부 고위 관료의 막말 파문이 우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기에 더욱 그렇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의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대학 현장의 상황과 시기에 상관없이 무조건 재정 지원을 빌미로 성과 위주의 정책을 밀어붙인 것에 대해 교육부는 입장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