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자치단체는 그 고유사무를 비롯하여 법률에 의해 국가의 위임을 받아 처리하는 상하수도, 교통, 도시 계획, 복지 등 전문성을 요하는 사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무들을 원활히 수행하고, 새로운 정책을 개발해 사업을 추진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세출·세입의 자치가 허용되지 않아 중앙정부로부터 재원을 받기 위한 노력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설상가상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개입하여 일방적으로 국가 사무를 이양하고, 집행하도록 하면서도 재원부담은 상당부분 지방재정으로 미뤄버렸다. 특히 인구 50만명이 넘는 대도시의 경우 떠안게 되는 특별한 사무의 종류는 더욱 많다. 이번 수원시, 성남시, 화성시가 막중한 국가사무와 쥐꼬리만한 재정교부금에 더는 버티지 못하고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청구의 대상이 된 지방재정법시행령 개정안은 중앙정부의 지방정부에 대한 불신과 위헌적 행보를 보여주는 처사로 헌법 적합성이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교부단체는 중앙정부가 정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지방교부세를 보조받음으로 세입부족분을 보전받지만 불교부단체가 되어 버린다면 한 푼의 지방교부세도 받지 못하고, 오직 시군조정교부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불교부단체의 재정상태가 마냥 양호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에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에 대한 사무 및 재정특례로 국가 등의 사무를 좀 더 이양하면서 재정보전금 이외에도 도세 중 일정비율을 추가로 확보하여 해당 시에 직접 교부하도록 하고 있기까지 하나 현재까지는 실현되지 않고 있으며 겨우 조정교부금을 받아 사무를 처리하느라 허덕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별로 시민 1인당 세출예산액의 불평등도 상당하다. 정부가 주장하는 시행령의 개정이유인 재정력 격차의 조정이라는 것도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허울에 불과한데, 예컨대 경기도 연천군 같은 경우 1인당 416만 원이지만 수원시는 83만 원에 불과해 무려 5배 이상이나 차이가 나니 세금 내는 시민 입장에서는 오히려 불평등으로 느낄 만도 하지 않겠는가. 조정교부금제도가 시와 군 사이의 재정격차를 해소한다는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한다면서 오히려 전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낮추고, 지방자치단체들 사이를 이간질 시키는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내용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것도 위헌적 요소이다. 지방자치는 헌법 제117조에 규정된 제도로 법률로 그 자체를 폐지할 수 없고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구성하는 자치재정권과 이로 인해 실질적 수혜를 입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그 기준과 범위의 대강에 관하여는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한 입법부를 통하여 법률로만 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 지방재정법 제29조 제2항은 자치재정권의 핵심 사항인 조정교부금의 배분비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결국 법률 내용만으로는 배분비율의 대강이나 배분비율을 정하는데 고려되는 기준조차도 전혀 알 수 없고,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수혜적 사업의 범위를 축소하는 배분비율의 결정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러한 시행령 개정은 위헌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와 같이 위헌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개정 법령은 지방자치단체를 한낱 교부금을 받기 위해 발버둥 치는 하부기관으로 치부하는 중앙정부의 태도와 지방자치제도의 의미와 본질을 반영하지 못한 관련 법령으로부터 기인한다. 메르스 사태를 통해 시민들의 일상적인 삶과 밀착한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배웠다. 지방자치제가 피부에 와 닿는 민주주의로, 자기통치의 한 방식으로, 시민에 대한 실질적인 복지 혜택 등으로 작용하기 위하여는 지방자치의 강화가 필요하고, 지방자치의 강화를 위하여는 그 핵심인 자치재정권을 보장할 수 있는 관계 법령이 헌법 정신에 적합하게 규정돼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헌법재판소를 통한 권한쟁의심판은 20년을 맞이한 지방자치제도가 더욱 성숙해지기 위해 거쳐야 할 숙명이고 지방자치 발전의 기로가 될 것이다.
/장성근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