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말단 행정기관인 읍·면·동사무소가 현장민원을 대처하느라 쩔쩔매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대부분의 사무소에서 남자 직원보다 '여직원이 많은 '여초(女超)현상'이 심화되는데다 2003년 동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 기능전환하면서 기술직 공무원을 모두 빼내 현장에서 뛸 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일선의 목소리다. 경인일보는 확 달라진 읍면동의 운영실태와 문제점을 2회에 걸쳐 짚어봤다.〈편집자주〉

지난 1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권선1동 사무소.

수원시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체육대회 지원을 위해 동장을 비롯한 사무장, 총무담당 등 3명의 남자직원 모두가 행사장으로 나가고 청사에는 여직원 3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주민등록등초본 발급 등 각종 제증명 민원처리에 정신이 없는 직원들은 이따금 걸려오는 현장민원 전화에 응대하느라 손이 열개라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물이 안나오는데 현장확인도 안하느냐' '집앞 쓰레기가 3일째 쌓여 악취때문에 못살겠으니 빨리 치워달라'는 등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각종 민원들이 계속 쏟아졌다.

이날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직원 대다수가 행사장에 나가 민원전화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 동사무소 정원은 남자 3명, 여자 7명 등 10명이지만 한 여직원은 이달중 3개월간 출산휴가가 예정돼 있다. 직원들은 “각종 민원에 시달리며 가까스로 업무처리를 하고 있는데 주민자치센터 기능을 활성화하라는 정부의 지침시달에 따라 2명이 이 일에만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동사무소의 또다른 여직원 2명도 내년 1월께 동시에 출산휴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같은 날 권선구 세류 2동사무소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은 단독주택 등이 밀집한 수원시내 대표적인 민원다발지역으로 10명중 동장과 총무, 청소담당 3명만 남자 직원이고, 사무장을 포함해 여직원 7명이 근무하고 있다.

직원들은 “2003년 주민자치센터로 전환되기 이전에는 20여명이 근무했는데도 동민 2만8천여명이 제기하는 각종 민원을 처리하느라 곤욕을 치렀다”며 “절반인 지금은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동사무소의 민원 대부분은 특히 현장 출동이 불가피하고 기술직들이 맡아 처리하는 게 효율적이지만 공익요원까지 나서야 하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은 특히 수원뿐 아니라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는 용인·안산·시흥시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용인시 상현동의 한 여직원은 “솔직히 나도 여자이지만 제증명 발급을 제외한 대다수 민원이 현장확인을 요구하고 있어 전체 11명중 3명뿐인 남자직원들에게 업무과부하가 발생하고 있다”며 “신규 직원배치때 남자직원을 배치해줄 것을 동장과 시에 강력 요청하고 있으나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도 짜증이 난다는 반응이다.

안양 박달동 주민 정모(47·여)씨는 “전에는 집앞 보안등이 고장나면 다음날 바로 고쳐졌는데 지금은 10여일 이상 지체되기도 한다”며 “주민자치센터로 전환된 이후 오히려 민원 늑장현상이 더 심해졌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수원시 총무과 관계자는 “신규 직원들의 경우 일단 동에 배치하는 탓에 동사무소의 여초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장안구 관내 동은 여직원 64명 남직원 37명이고, 권선구는 여직원 65명 남직원 44명, 영통구는 여직원 53명 남직원 38명으로 비슷한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