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소설

언어의 한계 꼬집는 '대화'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388쪽. 1만4천500원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
'거미 여인의 키스'로 유명한 아르헨티나 대표 작가 마누엘 푸익(1932∼1990)의 소설이다. 

 

그는 1976년부터 뉴욕에 머물며 한 미국인 청년과 계약을 맺고 돈을 지불하면서 대화를 나눴는데, 그 내용을 변주해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소설 전체가 대화로만 이뤄졌다.

작가 자신을 투영한 인물로 보이는 74세 노인 '라미레스'가 주인공이다. 라미레스는 아르헨티나 반체제 인사로 국제인권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뉴욕의 요양원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36세의 미국인 청년 '래리'가 시간제 노인 요양사로 고용돼 매주 세 차례 라미레스를 찾아와 휠체어를 밀며 산책을 돕는다.

두 사람은 끊임없이 갖가지 소재로 대화를 나누는데, 서로의 말을 종종 오해하고 다툰다.

작가는 대화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식을 통해 인간의 언어가 갖는 한계를 꼬집는다. 독자는 소설을 읽어갈수록 혼란에 빠지면서 제목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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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경험 이야기 10편 연작

■헛개나무 집┃김상렬 지음. 나남 펴냄. 324쪽. 1만3천800원


헛개 나무 집
김상렬 작가의 연작 소설집이다. 충청남도 공주의 깊은 산촌에 들어가 농사를 지으며 소설을 집필하고 있는 작가가 농촌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 10편을 담았다.

 

소설 속 화자인 '나'는 도시의 삶을 청산하고 '산뱅이 마을'에 정착한다.

처음엔 나를 이방인으로 보고 거리를 두던 마을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연다. 

 

나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그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겉은 지저분하지만 마음은 사려깊은 노총각 '오판돌', 한국에 시집와 남편의 폭력을 겪으면서도 꿈을 잃지 않는 베트남 이주여성 '뚜이', 겉으로는 독불장군처럼 굴지만 정 많은 퇴역군인 '김약술'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