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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염제(炎帝), 적제(赤帝)가 몰고 온 유별난 염천(炎天) 폭서(暴暑) 폭염(暴炎) 맹서(猛暑) 혹서(酷暑)는 피해도 피해지만 후유증도 심각하다. 여름만 되면 으레 식중독 환자가 다수 발생하지만 올해는 특히 지독한 8월 더위 합병증과 후유증으로 학교 집단 식중독이 작년보다 34%나 급증했다는 거다. 부산과 대구의 모모 고등학교에선 각각 60여명과 70여명이, 서울 은평구에선 중고교 5곳에서 500여명이 식중독에 걸렸다고 했다. 폭염으로 대량 식 재료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거다. 그런데 식중독 증상을 모르는 중학생 초등학생도 없으련만 왜 굳이 방송에선 복통과 설사, 토역질 등 식중독 환자의 증세를 주워섬기며 말해줘야 하는 건지 자다가도 모를 일이다. 대부분의 가정이 식사시간인 아침 7시, 저녁 7시 뉴스가 그 따위라 구역질날 것 같은 불쾌감을 억제하기 어렵다.

콜레라도 15년 만에 발생했다는 뉴스다. 콜레라 역시 고열이 나고 배가 끓고 토사(吐瀉)가 심하다. 최근 100년간 유행한 10대 전염병 중 에이즈, 스페인독감, 아시아독감, 홍콩독감에 이어 다섯 번째가 콜레라고 1961년 인도네시아에서 발병, 전 세계로 확산돼 57만 명이나 숨졌다. 중국에선 cholera를 음역(音譯)해 '虎列拉(호열랍:후리에라)'으로 적는다. 그런데 웃기는 건 한국의 무식한 국어사전이다. 콜레라를 '호열자(虎列刺)'로 음역해 실은 거다. 랄(剌) 자와 자(刺) 자를 구별치 못하는 탓으로 '호열랄(虎列剌)'이 돼야 할 게 '호열자'가 돼버린 거다. 중국의 拉(랍)은 발음이 '라'이기 때문에 cholera의 ra에 (제대로) 해당하지만 한국 국어사전에 오른 '호열자'의 '자'는 cholera의 ra 발음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식중독, 콜레라에다가 서울에선 후진국형 의료사고인 C형간염까지 집단 감염됐다는 뉴스고 국내에선 사라진 줄 알았던 빈대까지 외국 여행객의 짐과 화물에 묻어 들어와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그 외제 대형 빈대는 한 번 물리면 가려움증이 모기보다 10배는 심하다니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미국선녀벌레와 중국 꽃매미도 극성이고…. 이쯤 돼도 헬(hell)조선, 헬 한국 증상이 아닐까. 그래도 아직은 아니다.

/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