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찍히셨는데요”라는 한마디에 고위공무원 수십명이 벌벌 떨었다.
전과 11범인 김모(49·광주)씨가 공무원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에 나선 것은 지난해 1월. 김씨는 전화번호부 30권을 뒤져 전국의 단체장과 5급 이상 고위 공무원 1천여명의 명단을 골라냈다.
김씨는 이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여자와 여관 가는 모습을 몰래카메라로 찍었다”며 “돈을 안주면 공개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그는 자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증거를 대라는 말도 무시하면서 “500만원으로 해결하면 되는데 감당 못할 상황을 만들지 말라”, “서로 피곤한데 이쯤에서 마무리하자”는 말로 상대방을 몰아붙였다. 결국 제발저린 공무원들은 김씨에게 계좌번호를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3분'. 그리고 하루, 길어도 이틀안에 김씨의 대포통장에는 어김없이 100만~500만원씩이 입금됐다. 김씨는 입금이 확인되면 다시 전화를 걸어 “테이프는 폐기했으니 안심하라”며 '친철함'을 보여줬다.
경찰조사결과 김씨로부터 돈을 뜯긴 공무원은 확인된 인원만 53명에 금액은 총 1억3천여만원. 이중 신원이 확인된 13명은 모 지역 시청 산하 농산물도매시장 소장, 농업기반공사 소장, 시청 국장, 사무관, 구청 과장, 읍장 등 전국의 자치단체 및 행정기관 고위공무원들이다.
그가 전화를 건 공직자는 1천여명이나 되고 시·도지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과 검찰은 범행대상에서 제외했다.
김씨는 “공직자들은 협박에 약하다고 들었는데 실제로도 그랬다”며 “비디오 테이프를 요구하는 등의 확인절차 없이 바로 돈을 보내줘 실로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고 말했다. 충남 논산경찰서는 10일 김씨에 대해 상습공갈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경기·인천 등 전국 관공서에서는 '혹시 우리 기관에도 돈을 준 공무원이 있지 않을까', '얼마나 캥기면 저런 허술한 협박에 넘어가냐'면서 종일 분위기가 술렁거렸다.
'몰카 협박' 공무원 수십여명, 입금까지 일사천리
입력 2005-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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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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