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력 남편과 이혼도 못할 처지에 놓인 중국교포 강옥자씨가 설움에 복받쳐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김종택·jongtaek@kyeongin.com
“제가 한국사람이라면 이렇게 하겠습니까.”

고생 때문인지 마흔살은 족히 넘어보이는 중국교포 강옥자(가명·32·여)씨. 10일 오후 이혼상담을 위해 수원지방법원을 찾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1년이 넘게 계속된 남편의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다 못해 한달 전 가정폭력상담소를 찾았고, 상담원의 권유로 상해진단서를 발부받아 법원에 왔지만 이혼을 할 수 없었다.
 
이혼을 했다가는 당장 불법체류자 신세가 돼 중국으로 강제 출국되기 때문이다.
 
강씨가 26살 연상인 남편 박모(58)씨와 결혼, 한국에서 살게 된 것은 지난해 5월부터. 중국에서 장사를 하며 알게 된 박씨는 다소 급한 성격이었지만 언제나 따뜻하고 자상하게 대해 줘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박씨와 결혼했다.
 
하지만 한국에 온지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아 남편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강씨를 폭행하고 학대하기 시작했다. “돈을 벌어오지 않는다”며 주먹질을 해댔고 “왜 쓸데 없이 티셔츠를 샀냐”며 식당종업원으로 일해 번 돈을 모두 빼앗아 갔다.
 
'더 맞다가는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동안 경찰에 신고하고 보호관찰소를 찾아 다닌 것만도 무려 7번.
 
그 때마다 강씨는 강제출국돼 그토록 결혼을 반대했던 부모님의 얼굴을 봐야한다는 것 때문에 남편을 용서했다.
 
참고 또 참았지만 이제 남은 것은 몸에 든 멍과 눈물로 꼬깃꼬깃해진 손수건과 마음의 상처뿐.
 
“점점(남편의 폭력이) 심해져요. 수 없이 맞으면서도 2년을 버티기 위해 쥐 죽은듯 참아왔지만 더이상은 버틸 힘이 없어요.”
 
흐르는 눈물을 때묻은 손수건으로 연거푸 훔쳐내는 강씨는 이제 집을 나와 불법체류자로 살 것을 결심한 듯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중국 여성들의 위장결혼 입국이 늘면서 5년 전쯤 국적취득자격에 '결혼생활 2년 이상'이라는 조항이 추가됐다”며 “딱하지만 위장결혼, 불법체류가 많은 지금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도 “예전엔 위장결혼한 뒤 입국해 바로 가출하는 외국 여성 때문에 남편이 이혼소송을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남편이 갈 곳 없는 여성들을 폭행, 학대해 외국여성들이 이혼소송을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