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때문인지 마흔살은 족히 넘어보이는 중국교포 강옥자(가명·32·여)씨. 10일 오후 이혼상담을 위해 수원지방법원을 찾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1년이 넘게 계속된 남편의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다 못해 한달 전 가정폭력상담소를 찾았고, 상담원의 권유로 상해진단서를 발부받아 법원에 왔지만 이혼을 할 수 없었다.
이혼을 했다가는 당장 불법체류자 신세가 돼 중국으로 강제 출국되기 때문이다.
강씨가 26살 연상인 남편 박모(58)씨와 결혼, 한국에서 살게 된 것은 지난해 5월부터. 중국에서 장사를 하며 알게 된 박씨는 다소 급한 성격이었지만 언제나 따뜻하고 자상하게 대해 줘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박씨와 결혼했다.
하지만 한국에 온지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아 남편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강씨를 폭행하고 학대하기 시작했다. “돈을 벌어오지 않는다”며 주먹질을 해댔고 “왜 쓸데 없이 티셔츠를 샀냐”며 식당종업원으로 일해 번 돈을 모두 빼앗아 갔다.
'더 맞다가는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동안 경찰에 신고하고 보호관찰소를 찾아 다닌 것만도 무려 7번.
그 때마다 강씨는 강제출국돼 그토록 결혼을 반대했던 부모님의 얼굴을 봐야한다는 것 때문에 남편을 용서했다.
참고 또 참았지만 이제 남은 것은 몸에 든 멍과 눈물로 꼬깃꼬깃해진 손수건과 마음의 상처뿐.
“점점(남편의 폭력이) 심해져요. 수 없이 맞으면서도 2년을 버티기 위해 쥐 죽은듯 참아왔지만 더이상은 버틸 힘이 없어요.”
흐르는 눈물을 때묻은 손수건으로 연거푸 훔쳐내는 강씨는 이제 집을 나와 불법체류자로 살 것을 결심한 듯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중국 여성들의 위장결혼 입국이 늘면서 5년 전쯤 국적취득자격에 '결혼생활 2년 이상'이라는 조항이 추가됐다”며 “딱하지만 위장결혼, 불법체류가 많은 지금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도 “예전엔 위장결혼한 뒤 입국해 바로 가출하는 외국 여성 때문에 남편이 이혼소송을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남편이 갈 곳 없는 여성들을 폭행, 학대해 외국여성들이 이혼소송을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