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7년 '인권을 위한 올림픽 프로젝트(OPHR)'는 68년 멕시코올림픽 흑인 불참을 이슈로 내세웠다. 올림픽 정신이 말로만 '인종화합'이지, 흑인은 들러리만 서고 있다는 것이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남자 육상 200m 시상식.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미국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 두 명의 흑인 선수는 가슴에 OPHR 배지를, 목에는 검은 스카프를 두르고 검은 양말만 신은 채 시상대에 올랐다. 그리고 국가가 울리자 검은 장갑을 낀 손을 높게 들었다. 그 유명한 '블랙 파워 시위(Black Power salute)'. 인종차별에 경종을 울린 이 처연한 몸짓에 전 세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두 선수는 메달 박탈은 물론, 선수 자격까지 잃었다. 올림픽 헌장 5장 51조 3항 '어떤 종류의 정치, 종교, 인종차별적 선전도 금지된다'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은메달리스트인 호주의 피터 노먼도 손만 들지 않았을 뿐, 가슴에 OPHR 배지를 달고 동료를 지지했다. 하지만 대가는 가혹했다. 노먼은 귀국 후 '백호주의'가 득세한 조국 국민들에게 "니가 뭔데 거기에 끼어드냐"며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 뮌헨 올림픽 출전권도 박탈당했다. 노먼은 2006년 세상을 떠났다.
더 큰 감동은 그 이후였다. 노먼의 장례식에 스미스와 카를로스가 찾아 온 것이다. 그리고 떠나는 친구의 관을 들었다. 이 이야기는 2008년 노먼의 조카 맷 노먼의 다큐멘터리 '설루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BBC 역시 노먼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블랙 파워 설루트'를 제작했다. 미국 육상연맹은 노먼이 숨진 10월 9일을 노먼의 날로 선포해 인권 운동의 가치를 기리고 있다.
이번 리우 올림픽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마라톤에서 2위로 결승선에 들어오면서 엑스(X)자 세리머니를 펼친 에티오피아 페이사 릴레사 선수다."에티오피아 정부가 내 부족인 '오로모'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감옥에 있는 내 친지도 죽을지 모른다. 나는 평화적인 시위를 펼치는 그들을 지지하는 뜻으로 손을 (X자로 ) 들어 올렸다." 릴레사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을 삭제한 채 방영했던 에티오피아 정부는 안전 보장을 약속했지만, 그는 결국 에티오피아행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다. 소문대로 미국으로 망명할 지도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IOC는 아직도 그의 세리머니가 정치적인지 적법성을 조사중에 있다.
/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