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代에 걸쳐 선정된 병역명문가
2016년 현재 3천431가문에 달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인
병역을 이행한 3대 가족에 대한
예우와 혜택 더욱 확대시켜
세계 유례없는 가문역사 만들어야

사본 -박창명 병무청장 사진
박창명 병무청장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의미하는 프랑스 말이다.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뜻이다.

14세기 백년 전쟁 당시 프랑스 북부의 항만 도시 '칼레(Calais)'는 영국군에 포위당한다. 칼레는 영국에 항복하게 되고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모든 시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누군가가 그동안의 반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이 도시의 대표 6명이 목을 매 처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칼레 시에서 가장 부자인 '외스타슈 드 생피에르'가 처형을 자청하였고 이어서 시장, 상인, 법률가 등의 귀족들도 처형에 동참한다. 그러나 에드워드 3세는 임신한 왕비의 간청을 받아들여 죽음을 자처했던 시민 여섯 명을 살려주게 된다. 이 이야기는 역사가에 의해 기록되고 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나라 역사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은 많다.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은 아들 원술이 당나라군과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도망해 오자 왕에게 참수형에 처하라고 건의하고 끝까지 용서하지 않았다. 조선 정조 당시 흉년으로 식량난에 허덕이는 제주도 사람들에게 전 재산을 분배한 거상 김만덕도 있다. 이밖에 일제 강점기 집안의 전 재산을 팔아 '신흥 무관학교'를 세우고 3천여명의 독립군을 배출했던 우당 이회영 선생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자진 병역의무이행은 가장 중요하고 국민의 응원을 받을 수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일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사회 저명인사나 소위 상류계층의 병역 기피가 화두가 되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공직자 인사청문회, 공직자 병역사항 신고 및 공개 제도, 병역 기피자 명단 공개, 공직자 등의 병적관리 제도 등 여러 정책의 시행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병역의무 이행은 마땅히 하여야 할 의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병무청에서 2004년부터 실시해 오고 있는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은 병역이행을 통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 확산에 큰 역할을 하였다. 병역명문가는 3代(조부, 부·백부·숙부, 본인·형제·사촌형제)가 모두 현역복무를 성실히 마친 가문으로 2004년 40가문이 선정됐다. 이후 지속적인 홍보 노력에 힘입어 국민들의 공감을 얻음으로써 2016년에는 총 560가문이 선정되었으며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누적 가문 수는 3천431가문에 달한다.

선정된 가문에 대해서는 시상식을 개최해 명문가 증서와 패를 수여하고 청와대 방문행사, 안보견학 등을 실시해 병역이행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병무청 홈페이지 '명예의 전당'에 헌액해 병역이행 내용을 영구 게시하며 병적증명서 발급 시 '병역명문가'를 표시하여 예우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병역명문가 우대를 위한 조례제정과 병원, 콘도 등 민간업체와의 협약 체결을 통한 치료비, 이용료 할인 등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한 정권의 불안정, 주변 강대국의 패권 다툼 등 우리나라 안보환경을 고려할 때 병역의무이행은 국가의 안녕과 안위를 지켜 줄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따라서 자진 병역이행 문화가 확산되고 병역 이행자가 우대받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3대 가족 모두가 성실히 병역을 이행한 병역명문가에 대한 예우와 실질적 혜택을 더욱 확대하여 나가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의 지속적인 추진과 발전으로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명문가문의 역사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박창명 병무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