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당수 다음 단계는 총리 또는 대통령 권좌가 되기 쉽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일세를 풍미한 마거릿 대처 여사도 영국 최초 여성 총리가 되기 전 보수당 당수였고 그녀의 뒤를 이어 26년 만인 지난달 두 번째 여성 총리가 된 데리사 메이(Theresa May)도 집권 보수당 원내총무와 내무장관, 당수 자리를 거쳤다. '독일의 대처'로 불리는 독일 최초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Merkel) 역시 2005년 11월 총리 권좌에 오르기 전엔 독일기독교민주연합 원내총무와 대표를 지냈다. 그런가하면 2003년 3월 핀란드 최초 여성 총리가 된 아넬리 예텐마이키 역시 핀란드 제1당인 중앙당 당수였고 정부 회계 분식(粉飾) 등 혐의로 현재 탄핵 수속중인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Rousseff) 첫 여성 대통령도 2010년 대통령이 되기 전엔 극렬야당인 노동자당을 이끌던 '브라질의 대처'였다.
동양 쪽은 어떤가. 지난 3월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권좌엔 측근을 앉힌 채 수렴청정, 실권을 쥐고 있는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도 1980년대부터 야당 세력인 민주국민연맹(NLD)을 이끌었고 1990년 5월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둔 야당 대표였다. 지난 5월 대만 첫 여성 총통이 된 차이잉원(蔡英文)도 제1야당인 민진당 주석(당수)이었고…. 여성 당수→총리 직행은 못했지만 세기적인 여걸 당수는 일본에서 나왔다. 사회민주당 당수 도이 다카코(土井多賀子). 그녀는 1989년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집권 자민당을 과반 아래로 추락시켰고 1993년 첫 여성 중의원 의장에 오르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지 못한 채 재작년 86세로 세상을 뜬 이유가 있다. '흙 우물(土井)'이라는 성씨 탓이 아니라 친북 경도(傾倒) 때문이었고 한반도 정책을 친북으로 일관했던 탓이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추미애도 내친 김에 대권까지 꿈꿀지도 모른다. 그녀가 태권도, 카라테(空手, 唐手)선수처럼 오른손을 펴 돌멩이를 깨뜨리듯 수도 없이 내리치며 토하는 열변에선 독기(毒氣)가 마구 튀었다. 하지만 사드(THAAD)를 당론으로 삼겠다는 그녀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여걸 당수는 바로 일본의 도이 다카코가 아닌가 싶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