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경에 따르면 누구든 나름대로 '나'라고 생각하는 아상(我相)이 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실제 세계인 여래(如來)를 볼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이든 어떤 형식이든 아상이 있는 것이 중생(衆生)의 속성이라고 하였다. 나 아(我)자를 파자하면 손 수(手)와 창 과(戈)로 이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손에 창을 들고 있는 형상이 나다. 나라는 실체가 없어도 중생은 나라는 나름대로 상을 만들고 경계를 만들어 그 경계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내 몸에 상처가 나면 고통을 느끼는 것도 나라고 느끼는 내 몸의 경계 안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고통을 느낄 수 있으니 그것은 내 고통이다. 그래서 자아를 지키기 위해 그 영역에 집착하다 보면 그 힘이 강해지는 데 그것을 아집(我執)이라 한다.
아집(我執)이 강할수록 자신의 일이라 생각되면 열정을 가지고 하지만 반면에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은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아집이 강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정치영역에서의 최고지도자이다. 아상과 아집은 자연스레 독선(獨善)으로 이어져 남의 말을 듣지 않게 된다. 공자는 정공(定公)의 질문에 '나를 어기지 않는 것이 임금 노릇의 참맛이다'라는 이 말 한마디는 나라를 망칠 수 있다고 하여, 지도자의 독재와 독선을 경계하였다. 지도자의 귀에 국민의 말이 안 들리면 그것이 바로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이라는 뜻이다.
/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