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3001001914500095421

권력을 잡으면 뇌가 변한다고 했다. '뇌에서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 분출되고 그로 인해 공감 능력이 약화, 목표 달성이나 자기만족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게 아일랜드의 뇌신경 심리학자 이안 로버트슨(robertson)의 말이다. 그걸 일찍이 증명한 말씀이 이인직(李人稙)의 소설 '은세계'에 나온다. '도적질을 하더라도 사모(紗帽) 바람에 거드럭거리고 망나니짓을 해도 금관자(金貫子) 서슬에 큰 기침한다'고. 나쁜 짓을 해도 벼슬 높은 유세로 도리어 큰소리치며 남을 야단친다는 뜻이다. '사모'는 벼슬아치의 모자, '금관자'는 망건(모자) 줄을 꿰는 금 고리다. 그런 작태가 다른 말로는 '권력도착증'이다. 독일 출신의 미국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성적 사디슴(sadisme)이 성욕도착이듯이 지나친 권력 욕구도 권력도착'이라고 했다. 예컨대 무샤라프(Musharraf) 파키스탄 전 대통령이 뭐가 더 아쉬워 2013년 3월 국회의원에 출마한 경우다.

권력도착증 환자가 '권세 권(權)'자 뜻이나 알고 있을까. 權은 기세와 힘을 뜻하기도 하지만 저울을 상징한다. 權秤(권칭)이 저울이다. 권형(權衡)은 저울대, 권도(權度)는 저울과 자(尺)다. 그런데 왜 權자가 저울을 상징하는가. 한쪽으로 기울기가 없는 평형감각이 생명이기 때문이고 평형을 잃어 저울대 한쪽이 솟구치면 반대쪽은 아래로 처지기 때문이다. 權자의 뜻만 익혀도 함부로 권세를 부리고 이권에 개입, 사욕을 채우지는 않을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 참으로 대단한 인물이다. 온갖 의혹과 의심의 손가락질이 자신에게 쏠려도 오불관언 아닌가. power와 authority(권위), influence(세력)에다가 supremacy(최고, 無上)를 착각한 권력도착증 아닐까. '愚竝憂' 말로가 아니기를 바란다. 그 인사권자의 고집불통 또한 문제다. 언뜻 '石首'를 연상케 하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사표를 냈건만….

언론도 권력인가. 그 또한 청정한 파워와 영향력, 오소리티를 유지하려면 권세 權자 뜻부터 대뇌 한 구석에 새기는 게 낫다. 잘 나가는 신문사 논설주간이 기업의 지나친 환대 이유가 뭔지, 과유불급(過猶不及) 따위 어휘 하나 익히지 못한 채 필봉을 휘둘렀던가.

/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