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아주 오랜 세월 고쳐질 것 같지 않았던 전기 요금제 문제가 올여름 폭염과 함께, 개선의 급반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것도 영향력 있는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대통령이 화답하면서 40년 적폐를 해소할 단초가 마련된 듯하다. 결코 아니 될 것 같았던 일들이 기적처럼 변화되고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예년과 다른 폭염에 전력수요가 급증했고, 수요증가가 서민들에게는 요금폭탄을 안겼으며, 이는 곧 민심이반으로 이어지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을 초래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당·정·청이 움직였고, 요금체계 개편 없다던 산업통상부가 하루아침에 '대국민 사과'를 밝히며 전면개편을 선언했으며, 일부 국회의원들은 입법발의로 재빠르게 민심을 얻고 있다. 어쨌든, 개편과 개선을 위한 작업들이 더욱 구체화 되어야 그 방향을 짐작할 수 있겠으나, 개선을 위한 큰 명분과 힘은 실린 듯 보인다.
필자는 이쯤에서 정치(政治)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치국(治國) 즉, 나라를 잘 다스려 국민을 편하게 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라 배웠고 그렇게 알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아픔이 있는 곳, 가려움이 있는 곳을 찾아 낫게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 믿는다. '손톱 밑의 가시를 뽑는다'라는 좋은 말도 있지 않은가.
최근 불거진 전기요금 폭탄 정국은 그러나, 시름겨워하는 서민들의 삶 속에 과연 '정치'라는 것이 있었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수십년 서민들의 아픔을 지금껏 방치해 온 것은 도저히 이해되질 않는다. 비단 전기요금만을 이야기하겠는가. 민생을 챙겨야 할 숱한 많은 것들이 지금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사실, 민생은 정치인들의 단골 메뉴다. 선거철만 되면 선거에 이기기 위해 혹은 득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민생을 우선한다고 겉으로 외치면서도 실제적 민생은 늘 뒷전이었다. 쪽방촌이며 양로원이며 판자촌은 이들의 이웃사촌이다. 보여 주기식 정치 놀음이란 표현 외에 무엇을 더할 수 있겠는가 싶다.
반성할 일이다. 더 이상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오랜 관료주의! 선심 쓰듯 이벤트적 빅 카드를 던지는 선심 정치가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눈치보기식 정치가 아닌 진정 민생을 챙기고 보살피는 따뜻한 '어머니의 정치'가 필요할 때다.
/이권재 새누리당 오산시 당원협의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