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2 국가로 우뚝 선 중국은 스포츠도 굴기(굴起), 못하는 종목이 없지만 축구만은 영 글렀다. 월드컵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단 한 번 출전했고 그나마 주최국에 대한 예선전 면제 덕분이었다. 그래서 중국이 축구 굴기에 거국적이다. 우선 한국부터 이겨 축구 '공한증(恐韓症)'을 타파한다지만 38년간 1승12무17패로 2010년 단 한 번 3대0으로 이겼을 뿐이다. 중국은 '두려워할 공(恐)'자를 아무데나 쓰지 않는다. 그러나 테러만은 '恐怖(공포)'라 이르고 테러사건은 '恐怖案(공포안)'이다. 중국에선 또 축구를 '족구(足球:쭈치우)'라고 한다. '차는 공'이 아니라 '발 공'이다. 어쨌든 중국 족구가 한국에 2승을 거둬 공한증 해소 겸 굴기를 위해 오늘 밤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벌인다. 과연 굴기냐, 차질과 좌절이냐가 주목거리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주석부터 축구광(球迷:치우미)이다. 그의 꿈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진출로 시작, 2030년엔 월드컵을 중국에 유치, 우승하고 2050년엔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위로 도약한다는 거다. 그런데 그 굴기 도약 햇수를 겸손하게도 너무 멀리 잡은 건 아닐까. 중국이 후베이(湖北)성 친황다오(秦皇島)에 20만평의 세계 최대 족구학교를 세운 게 이미 2006년이었고 광저우(廣州)국제족구학교를 비롯해 내년까지 문을 열 족구학교가 무려 2만 곳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월드컵 우승과 FIFA 랭킹 1위 등극 연도는 훨씬 앞당겨질 수도 있다.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는 2013년 광저우 헝따(恒大) 팀이 제패한 바 있다. 명감독도 없지 않다. 2010년 단 한 번 한국을 이겼던 그 까오훙보(高洪波)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그가 오늘 밤 경기를 이끈다. '높고 넓게 파장을 일으키는' 그의 이름 뜻도 그럴싸하다.
스타 족구선수(足球明星)도 있다. 상하이 상강(上港) 팀의 우레이(武磊:무뢰) 선수 등이다.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이 꼽은 요주의 1호 선수다. '돌무더기에 버티고 선 무사'라는 이름도 위엄이 있고 연봉도 K리그 스타의 몇 배다. 아무튼 오늘 밤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한국 축구 스타들, 방심은 금물이다. 더구나 1만5천명의 응원단이 왔다고 했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