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마약을 복용한 피의자의 자백만 믿고 성폭행 혐의를 추가해 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에서 기각됐다.

경찰은 피해자 몸에서 채취한 체액이 있었는데도 유전자 감식조차 벌이지 않은 채 피의자의 자백에만 의존, 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나 부실수사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박모(28·무직)씨는 지난달 23일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모 고시원에서 마약을 투약한 환각상태로 젊은 여성들을 성폭행하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이 고시원에 살고 있던 박씨는 자신의 방에서 필로폰 0.03ｇ을 투약한 뒤 같은 고시원에 거주하는 최모(28·여)씨 등 젊은 여성 3명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박씨를 긴급체포한 뒤 여죄를 추궁, 박씨가 지난달 10일께 수원시 팔달구 H아파트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의 범인이라는 자백을 받아냈고 다음날 박씨에 대해 마약 및 특수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박씨는 검찰조사에서 성폭행, 강도 혐의를 강력히 부인, 검찰은 피해자의 몸에서 채취한 성폭행범의 체액으로 유전자감식을 벌여 박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박씨는 검찰에서 “경찰에서 범행을 자백한 것은 환각상태였기 때문”이라며 범행을 전면 부인했고 경찰에서 박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던 성폭행 피해자 A(21·여)씨도 “(박씨가 범인인지)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수원남부서 관계자는 “A씨가 진술한 범인의 어깨 문신이 박씨에게도 있었는데 박씨가 체포돼 끌려간 지구대에서 성폭행사실을 진술해 혐의사실을 추가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박씨는 지난 16일 마약류관리법위반혐의로 구속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