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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인줄은 몰랐다. 투수도 타자도 감독의 작전도 모두 수준 이하다. 투수들이 잘 던지면 타선이 죽을 쑤고, 타선이 터지면 투수들은 진짜 '동네북'이 되고 만다. 올해 1군 2년차 프로야구 kt 위즈 얘기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뭔가 홀린 팀 같다. 초반 3~4점 리드 하다가도 후반에 가면 뒤집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선발 투수진은 붕괴된지 이미 오래다.

우선 팀 전체에 파이팅을 느낄 수 없다. 비실비실이다. 더그 아웃에서도 선수들의 경기 태도에서도 전의(戰意)를 전혀 읽을 수 없다. 져도 웃고, 이겨도 웃고 '우리는 꼴찌팀'이라며 자포자기하는 게 선수·코치진의 얼굴에 그대로 써 있다. 올 시즌 꼴찌는 따놓은 당상이다. 이런 상태라면 내년도 무조건 꼴찌다. 팀이 이 모양이니 열성 팬들 가운데 아예 위즈를 외면하고, 위즈 이전에 응원하던 팀으로 회귀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팬들은 kt 위즈에 감독의 '용병술', 이겨야 겠다는 선수들의 '의지', 능력있는 선수를 발굴하는 스카우트의 '매의 눈', 구단의 '지원'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4불(不) kt 위즈'다. 吳子는 兵法에 '경계의 4불화'를 언급하며 '내부에 불화가 있으면 출병(出兵)해서는 안되고, 병사가 하나가 안되면 출진(出陣)해선 안되며, 진영이 단합되지 않으면 진격(進擊)해선 안된다. 또 진격과정에서 일사불란하지 않으면 결전(決戰)을 치러서는 안된다'고 적었다. kt 위즈에 4불과 함께 4불화(不和)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팬들도 많다, 승률이 4할이 안되고 1위와의 게임차도 무려 30게임이니 그럴만도 하다. 11대 0으로 완봉패한 31일 NC전은, 언급하기 조차 창피한 올해 최악의 경기였다. 유료관중도 2천969명이었다.

kt 위즈는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 순위를 떠나 '팬'들을 위해, 한 경기라도 이기려고 이를 악물고 달려들어야 한다. 팬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외국인 투수 3명의 혜택도 올해까지다. 내년엔 올해보다 더 가혹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팬없는 프로팀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 지난달 13일 폭염속에서도 창원까지 달려가 NC 홈팬들보다 더 큰 목소리로 응원전을 펼쳐 창원구장을 뒤흔들었던 '300' 열혈 팬들을 kt 위즈는 더 이상 실망시켜서는 안된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