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갈지 나도 몰라 강물 따라 가노라면 너 있는 곳 바로 보이는지 그것도 몰라 다만 나 지금은 내 몸에서 깨어나는 신선한 피 뜨거움으로 일렁이는 처음 떠오르는 말을 하루 한 편의 시로 네게 전하고 싶다
신달자(1943~)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우리는 존재 이유를 대상으로부터 찾기 때문에 상대의 있음은 존재감의 시작이다. 그 사람은 인연으로 된 '관계 맺음'이며, 몸과 몸이 교합된 '에로스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나의 길은 오로지 그 사람의 길 위에 있는 것이며, 나는 온전히 '너를 위한 노래'가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노래가 된다는 것은, 자신이 주체가 아니라 상대가 주체가 되는 것이며, 상대를 위해 나는 자동적으로 불려지게 된다. 그 노래는 "어디까지 갈지 나도 몰라/강물 따라 가노라면 너 있는 곳"이라면 어디인지 길을 묻지 않으며, 가는 길이 맞는지 의심하지 않는 "바로 보이는지 그것도 몰라" 날마다 사랑이 곁에 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 "내 몸에서 깨어나는 신선한 피"의 생성은 그와 같이 아침을 맞이하며 현실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삶의 피스톤'이 된다. 누구나 사랑을 하면 시인이 된다는 말이야, 말로 "뜨거움으로 일렁이는 처음 떠오르는 말을/하루 한 편의 시로 네게 전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당신, 오늘부터 시인이 될 수 있다. 아니, 인연을 만난 날 이미 당신은 아름다운 '한편의 시' 인줄 몰랐을 뿐이다.